【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국내 주요 IT·게임 기업들 사이에서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일부 기업들은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강도 비용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국내 게임·IT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업 정리를 비롯해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달 고연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이·전직 프로그램에 이어 최근 희망퇴직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카카오에서 경력 개발자 수시채용을 중단했던 바 있어, 감원 바람이 계열사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로 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다만 회사 측은 클라우드 중심의 사업 재편 목적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타다의 운영사 VCNC도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전체 인원의 5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사업 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 영향으로 해석했다. 이와 함께 비바리퍼블리카가 보유 중이던 지분 60%를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스윙’의 운영사인 더스윙에 매각하기 위해 논의 중이며, 그 과정에서 당초 800억원 가량으로 평가받던 기업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게임업계에서는 넷마블의 뷰티·헬스 분야 자회사 힐러비에서 지난달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DNA 사업팀에 대한 조치로, 관련해 회사 측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준비하던 도중 정부 규제로 인해 진행이 어렵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정리하게 된 것”이라며 “관계 부서에 대해서만 단행된 조치로, 이외에 뷰티 등의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및 경쟁력이 낮은 사업에 대한 정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가 K-POP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작 ‘쓰론 앤 리버티’ 출시 등의 이슈가 있는 만큼 본업인 게임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있었으나,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위버스’ 등 경쟁 플랫폼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는 등 전망이 어두워지자 과감하게 정리 수순을 밟은 것으로 해석했다.
크래프톤도 오는 8월 16일부로 음성 AI 서비스 ‘오딕’의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가운데, 해당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해온 벨루가 팀을 비롯해 펍지 스튜디오 등 사내 조직들의 분사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련해 회사 측은 “‘오딕’의 경우 사업적 판단에 의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며, 벨루가 팀의 분사와 관련해서는 “8월 서비스 종료 이후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개발팀 해산이나 분사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오피스’와 백신 서비스를 11월에 종료하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네이버TV’는 ‘네이버 나우’와 통합할 예정이다. VOD 서비스 ‘시리즈온’은 지난달 PC 다운로드 소장 상품 판매를 종료했으며, 앞서 3월에는 ‘네이버 영화’ 서비스도 문을 닫았다.
이 같은 움직임들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로 ‘비용 효율화’가 제시된다. 실제로 국내 게임·IT 기업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 당시 ‘언택트 특수’를 누렸고, 업계 전반에 걸쳐 연봉인상 바람이 부는 등 인력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고 일부 기업들은 적자전환에 이르는 상황이 되자 앞다퉈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실적발표 시점마다 ‘비용 통제’를 거론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비용 효율화 효과가 가시화되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정의훈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와 카카오는 시장 성장률 둔화에 대응해 비용 효율화의 필요성을 계속 역설했다”며 “특히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인건비와 콘텐츠 사업부문 매출 성장을 위해 과도하게 집행됐던 마케팅 비용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이같은 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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