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주은 기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계 독버섯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내달 새로운 사이트 개설을 예고했다. 지난달 등장했던 유사 사이트 ‘누누티비 시즌2’가 사라진 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사이트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며 정부와 업계를 농락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지난달 발표하기로 했던 불법 사이트 근절 종합대책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8일 OTT 업계에 따르면 옛 누누티비 운영진이라고 주장하는 ‘스튜디오 유니버설’은 SNS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내달 누누티비 시즌3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옛 누누티비 운영진과 동일 인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재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누누티비는 지난 4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전방위 사이트 압박을 이유로 자진해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정부 단속에 한발 물러서는가 싶던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그러나 사이트 폐쇄 두 달 만에 ‘누누티비 시즌2’로 다시 등장했다. 에티오피아에 소재지를 둔 불법 사이트로, 운영진은 옛 누누티비 운영진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사이트 재등장으로 업계 우려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주 단위로 상황을 모니터링, 매일 1회 불법 사이트 차단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누누티비 시즌2 운영진은 결국 단속 하루 만에 또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이처럼 한두 달 간격을 두고 ‘누누티비’ 명칭을 딴 불법 사이트가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며 정부와 업계를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누누티비만이 아니다. 이와 흡사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OTT 업계, ISP(인터넷제공사업자)와 협업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URL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단속 활동은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 길목을 잠시 막는 것에 불과할 뿐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불법 사이트 운영진들이 해외에서 도메인을 구매한 뒤 국내에 복사된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것이고, URL도 계속 변경하고 있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URL 차단 작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여전히 무한 증식 중이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주 수익원인 광고를 차단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 또한 합법 광고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불법 도박 광고는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 주체와 도박 사이트 운영 주체가 같은 경우가 많아 단순 광고 배너 삭제 이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사이트 심의와 차단에 시간이 꽤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차단은 방심위의 통신소위 회의를 거쳐 진행된다.
접속 차단을 진행하려면 저작권자에게 해당 사이트와 유통 계약을 체결했는지, 접속 차단을 희망하는지 등 여부를 공문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사실이 확인된 후 위원회에 안건 상정해 접속 차단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 과정이 평균적으로 8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심의 과정에서 불법 영상이 지속적으로 유통되면서 피해는 계속 발생하게 된다. 심의 과정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심의 빈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는 주 2회 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누누티비 사태 후 이전보다 심의 소요 시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 2회 이상으로 심의 진행 빈도수가 늘어난다면 현재보다 더 신속하게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불법 사이트 운영 주체 검거 등 근본적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경찰청과 사이버범죄수사대, 문화체육관광부, 인터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해외에 도메인을 두고 있는 만큼 국제 공조가 필요해 정부 협조는 필수적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 대책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문체부, 방심위 등과 범부처 TF(태스크포트)를 구성하고 6월까지 국제 공조 방안 등이 포함된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관련 대책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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