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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K-네트워크…5G 놓치고 6G 상용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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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한기정 위원장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거짓과장 광고와 부당한 비교광고 행위에 대한 처분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 한기정 위원장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거짓과장 광고와 부당한 비교광고 행위에 대한 처분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28㎓ 주파수에 대한 할당 취소를 계기로 이동통신 3사의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LTE의 20배에 달하는 ‘초고속’이 사실상 공염불이었음에도 통신사들만 배를 불렸다는 것으로, 무리한 상용화를 강행한 정부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4이통사 선정도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6G로의 빠른 패러다임 전환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제야 비전 권고안 개발이 이뤄진 수준인데다 5G 서비스 파행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있어 아직은 ‘오리무중’이라는 평가다.

■ “이통사 배만 불렸다” 지적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이통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통3사의 부정광고 행위에 대해 총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직후, 참여연대에서는 “소가 웃을 일”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5G 품질 불량에 대해 집단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이통3사의 1년 영업이익 합산이 4조원을 넘기는 수준임을 생각해보면, 336억원의 과징금은 사실상 면죄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참여연대 측의 평가다.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20년 12월 12만원에서 이듬해 12만8000원, 2022년 9월 13만1000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통3사 영업이익 또한 2021년 10년만에 4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5% 증가한 4조4601억원을 기록했다. 

‘반쪽짜리’ 5G 서비스로 가계통신비와 통신사들의 영업이익만 크게 늘었지만, 정작 정부는 ‘솜방망이’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줬고 이통3사는 행정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이통3사는 지금 당장 허위·과장 광고로 거둔 수익을 소비자들에게 반환하고 지금도 폭리 수준인 5G 요금제를 즉각 인하하라”고 요구했으며, 정부에는 “엉터리 5G 서비스를 인가하고도 이를 방치한 과기부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5G 저가요금제 도입을 위한 보편요금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4월 5G 원가자료 정보공개 소송의 1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참여연대]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4월 5G 원가자료 정보공개 소송의 1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참여연대]

■ 무리수였던 상용화

이 같은 비판 여론의 도화선은 이통3사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8㎓ 할당 취소 조치였다. 정부와 통신업계에서 홍보했던 대로 LTE 대비 20배 빠른 20G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28㎓ 기지국 구축이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회절성이 약해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쉽게 막힌다는 특성상 전국망 구축을 위해서는 기지국을 100m 간격으로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해 통신사들의 투자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정부에서도 이를 의식해 3년간 1만5000개의 기지국을 설치할 것을 주파수 할당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통신3사 중 이를 충족시킨 곳들은 한 군데도 없었으며,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지난해 말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에 이르기까지 3개사 전체에 대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통3사는 이미 지난 2020년에 28㎓ 주파수 이용권에 대한 비용을 손상차손 처리하는 등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다. 기지국 투자조건도 채우지 못했음에도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를 강조하며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가 높은 5G 서비스 가입자 유치에만 몰두하는 등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을 벌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역시 5G 논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세계 최초’라는 실적에 집착해 28㎓ 기지국 투자비용 부담과 검증되지 않은 사업성 등에 대한 대책 없이 ‘무늬만 5G’ 상용화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최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8㎓ 주파수에 대해 전국민 서비스를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B2B(기업 간 거래) 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5G 상용화가 사실상 무리수였음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컨설팅 기업 커니가 발표한 글로벌 각국의 2023년 5G 준비지수 [자료 제공=커니]
미국 컨설팅 기업 커니가 발표한 글로벌 각국의 2023년 5G 준비지수 [자료 제공=커니]

■ 해법 찾는 정부

다만 28㎓ 대역 활용에 난항을 겪는 것은 비단 국내만이 아닌 전세계 공통의 문제로, 중저주파 대역 중심의 커버리지 확장이 전국망 구축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지난 2020년 2월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고주파 대역 5G 네트워크 구축에 7000~9000만 달러가 소요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인구의 25%를 커버하는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저주파 대역의 경우 같은 기간 전세계 인구의 80%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커니가 발표한 2023년 5G 준비지수(Readiness Index)에 따르면, mmWave(밀리미터파) 대역 도입국가는 14개국으로 지난해 대비 3개 국가가 늘었다. 하지만 호환 장비 도입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 여전히 확산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다.

관련해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통해 28㎓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올해 초 과기정통부는 5G(28㎓) 신규사업자 진입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최소 3년 이상의 독점권과 할당대가 납부방식 변경, 망 투자 세액공제 상향, 기존 통신사 설비 활용, 정책금융 등의 구체적 지원책이 포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 1월 5G(28㎓)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제공=뉴시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 1월 5G(28㎓) 신규 사업자 진입 지원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제공=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초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로 나서는 곳이 없어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비롯해 사업화 모델의 부재, 이통3사가 견고하게 구축한 과점 구조 등이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IT나 커머스, 금융권뿐만 아니라 위성통신 사업자 등으로 후보군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스타링크’ 서비스의 국내 서비스 출시를 앞둔 스페이스X가 거론됐으며, 한화시스템도 위성통신 사업을 목적으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추진 중이다. 

한편으로는 외국인투자자의 통신시장 진입 허들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현행법상 49%로 설정된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지분보유율 상한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은 관련 TF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 6G로의 발걸음

한편으로는 6G로의 빠른 전환 움직임도 감지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44차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이동통신작업반 회의에서 IMT-2030(6G 비전) 권고안 개발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추진할 6G 국제표준화의 밑그림으로, 해당 권고안이 올해 9월 ITU 산하 지상통신연구반(SG5) 회의에서 채택되면 이후의 승인절차를 거쳐 연말에 6G 비전 권고로 확정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성능기준·평가방법 정의(2024~2026년), 후보기술 제안(2027~2028년) 및 평가·선정(2028~2029년) 등을 거쳐 2030년 6G 표준 개발 및 승인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 2월 ‘K-네트워크 2030 전략’을 발표, 2026년까지 프리 6G 시연을 진행하는 등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한 원천기술개발에 191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상용화 기술에 대한 종합적 지원 목적의 후속 연구개발사업(총 6253억원 규모)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 중이다.

IMT-2030 프레임워크(6G 비전) 권고안에서 제시된 6G 목표 서비스 [자료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IMT-2030 프레임워크(6G 비전) 권고안에서 제시된 6G 목표 서비스 [자료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간 차원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통신산업협회(ATIS)가 주도하는 6G 기술단체 ‘넥스트 G 얼라이언스(NGA)’의 어플리케이션 분과 워킹그룹 의장으로 LG전자 CTO부문 이기동 박사가 선정됐다. 회사 측은 NGA가 수립하는 로드맵을 바탕으로 6G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제정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6G 마저도 5G 서비스의 성숙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고주파수 대역의 인프라 구축과 사업 모델 발굴 등의 선결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에서 공개한 IMT-2030 프레임워크 권고안에 따르면, 6G의 목표 서비스는 ▲5G보다 향상된 성능을 기반으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증강현실·디지털트윈 등 5G 영역을 확장한 통신기반 서비스 ▲인공지능 및 센싱과의 결합을 토대로 한 신규 결합 서비스로 정의됐다. 

핵심성능지표 역시 기존 5G의 9개 항목(최대전송속도, 사용자체감속도, 주파수효율, 면적당 트래픽 용량, 연결밀도, 이동성, 지연시간, 신뢰성, 보안·개인정보보호·복구성)에 6개(커버리지, 포지셔닝, 센싱지표, 인공지능지표, 지속가능성, 상호운용성)를 추가한 형태다. 그 중 신뢰성과 지연시간, 연결밀도는 5G 대비 최대 10배까지 향상된 목표치를 제시했다. 결국 5G의 완벽한 구축이 6G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의 선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5G에 대한 정부의 돌파구 마련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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