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가 지난 6월 27일, 자사 멀티플랫폼 MMORPG 신작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를 출시했습니다. 국내 초창기 모바일게임 역사를 논할 때면 반드시 언급되는 액션 RPG ‘제노니아’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전작으로부터 무려 6년만에 귀환이라 할 수 있죠.
특히, 이번에는 기존 원작의 연속성 있는 스토리와 박력 있는 액션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재 대세로 통하는 ‘리니지라이크’ MMORPG으로 변신을 택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기도 했죠. 물론, 그에 따라 개발 기간도 조금 시일이 걸리기는 했지만, 드디어 이렇게 게이머들 앞에 서게 됐습니다.
자고로 친숙한 IP의 부활은 항상 설레면서, 동시에 불안감을 불러온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의 <첫인상>은 과연 어느 쪽에 가까웠을까요?
원작 분위기는 살아있지만,
어디까지나 MMORPG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나온 멀티플랫폼 MMORPG 장르의 작품답게, 전작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편입니다. 당장 그래픽만해도 기존 2D 도트에서 3D 카툰렌더링으로 변했으며, 전투도 공격을 피하고 막는 액션보다는 장시간의 자동 전투 사냥에 적합하게 바뀌었죠.
물론, 원작 요소가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작품은 기존에 나왔던 ‘제노니아 3’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데요. 유저는 주인공 ‘카엘’의 역할을 맡게 되죠. 실제로, 초반부에는 ‘제노니아’ 시리즈를 해봤던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느껴질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스토리의 경우, 컷신을 자주 활용하여,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제노니아’ 작품을 즐기고 있다는 체감을 선사해 새삼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죠.
일단 기본 플레이는 우리가 최근 자주 접하는 ‘리니지라이크’ MMORPG들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 진행만 하더라도 일정 시점까지는 빠른 성장이 보장되며, 그 이후부터는 반복 사냥, 서브 퀘스트, 던전 공략 등으로 점차 캐릭터를 극한까지 육성해나가는 식이죠.
실제로, 자동 사냥을 보조해주는 다양한 강화 아이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는 코스튬과 페어리로 캐릭터 강화, 특정 장비를 도감에 등록해 능력치를 올리는 컬렉션, 일일 의뢰 수행을 통한 무작위 보상 획득… 모두 비슷한 재미를 추구하는 다른 MMORPG에서 많이 봐왔던 시스템 구성이었죠.
자고로, 이러한 장르에서 꼭 ‘익숙함’이 항상 나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MMORPG 작품 중에서는 오히려 이런 부분이 장점으로 꼽혀서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경우도 있죠. 그렇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많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 하나 꼽자면, 바로 ‘자동화 시스템’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퀘스트를 자동으로 진행해주는 시스템이 도입되기는 했지만, 퀘스트 조건 하나 달성할 때마다 다시 눌러줘야 하는 불편함을 안고 있었죠. 시스템상 완벽하게 다 해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긴 하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켜보는 재미가 덜한 가운데 굳이 이렇게 불편하게 설정한 이유는 납득이 되지 않았죠.
아울러, 이를 처리해주는 인공지능도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퀘스트 목표를 지정하면 눈 앞의 대상 적을 두고 다른 장소를 들렀다가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은 일쑤고, 사냥터에서는 간헐적으로 다른 유저에게 가로막혀서 가만히 있기 일쑤였죠. 이 때문에, 수시로 화면을 지켜보면서 캐릭터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이런 평가들을 뒤집을 요인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일단 기본 진입에 있어서 이렇게 불편하다면 다른 경쟁작이 즐비한 가운데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첫인상 –
장르 변신도 좋지만, 일단 기본은 챙겨야…
이번에 살펴본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는 나름대로 큰 변신을 시도한 작품에 속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본디 스토리와 액션 부문에서 호평을 받았던 시리즈였기에, 기존에 내걸었던 장점들을 계승하는 대신에 완전히 다른 장르인 MMORPG로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죠.
그렇지만 이런 과감한 결정에 비해, 작품은 정말 기초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불러오는 지점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러한 장르는 게이머들에게 소위 ‘사이버 어항’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동화 시스템 같은 편의성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으로써는 너무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죠.
아직 서비스 초반부터 단적으로 평을 내리기는 힘들기는 하나, 장기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면 유저들이 불편하게 느낄만한 지점들을 빠르게 다듬어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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