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신개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 방향성을 제시했다. 움직이는 가변형(스위블) 디스플레이와 돌돌 말리는 방식의 접히는 롤러벌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에 근접한 수준으로 내구성과 품질까지 확보했다. 증강현실 방식 홀로그램 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술도 갖춘 상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기술 혁신가(Tech Innovator)’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26일 경기도 용인 소재 기술연구소에서 ‘2023 미디어 테크데이’를 개최하고 그동안 개발한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술 시연을 진행했다.
최근 전동화 추세와 함께 자동차 실내에 적용되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내비게이션 등 정보를 표시하거나 차량 기능 조작을 위한 장치를 넘어 여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기능까지 포함하게 됐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거나 차박 등 레저 활동 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이다. 자동차가 사람들의 생활과 더욱 밀접해지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핵심 장치로 거듭난 모습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기능 고도화와 함께 디자인과 형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진화는 자동차 실내 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새로운 솔루션 개발을 꾀했다. 이날 행사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개발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CES 2023’에서 발표한 ‘모빌리티 플랫폼 프로바이더’ 전략과 연계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도업체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프로바이더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 요구에 맞춘 시스템을 통합 솔루션으로 공급하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을 의미한다.
현대모비스가 제시하는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 특성은 고급화와 안전성, 가변성 등 3가지로 요약된다. 34인치 초대형 커브드 화면이 상황에 맞춰 크기가 최적화되는 ‘스위블 디스플레이’와 위아래로 돌돌 말리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등은 이러한 핵심 특성이 반영된 세계 최초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디스플레이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홀로그램 AR HUD와 25인치 고화질 로컬디밍 HUD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스위블 디스플레이와 롤러블 디스플레이, 로컬디밍 HUD 등 3개 기술에 대한 시연을 진행했다. 대시보드 내부로 말려들어가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위아래로 펴지거나 말리는 작동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내구성의 경우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LCD에 버금가는 수준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온도와 차량 진동 등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내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이를 반영한 상태에서도 10만 회 이상 접거나 펼 수 있어 만족스러운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상용화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는 고객사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원가 경쟁력에 대해서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크기나 기능, 롤러블 수준 등이 좌우하는데 아직까지는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가격상승 요인이 있고 상승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새로운 디스플레이로는 패신저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Passenger Interactive Display)와 퀀텀닷 미니(QD Mini) LED 디스플레이, 내추럴 3D 디스플레이, 마이크로(Micro) LED 등을 글로벌 선도기술로 설정하고 양산을 위한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패신저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와 동승자를 위한 고화질, 대형 디스플레이 장치라고 한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콕핏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QD 미니 LED와 마이크로 LED 등은 고화질과 긴 수명, 저전력 설계 등이 강점으로 전기차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모비스 측은 “최근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대화면과 고화질, 신기술, 프라이버시 모드, 디자인 차별화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도 신차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첨단 디스플레이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올해 90억 달러(약 11조8000억 원)에서 오는 2027년 140억 달러(약 18조300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에 대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확장성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게임과 스포츠, OTT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디스플레이 솔루션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한영훈 현대모비스 EC랩장은 “현대모비스는 공간에 대한 혁신과 사용자 만족도 향상, 탑승객 안전 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에 시연한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고객 판촉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현대모비스의 해외 수주 목표는 53억5000만 달러(약 7조 원)다. 이 가운데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이 포함된 전장 분야 수주 목표는 18억3000만 달러(약 2조4000억 원)로 전체 해외 수주 목표의 약 35% 비중을 차지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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