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켄, 춘리는 스트리트 파이터 2 이후로 오랜 시간 동안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떠받쳐 온 대들보 같은 캐릭터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세대를 표현하고자 했던 스트리트 파이터 3도 류와 켄은 빼놓을 수 없었고, 마지막 작품인 서드 스트라이크에 와서는 춘리를 추가하며 플레이어들의 요망에 응하기도 했죠. 그 이후의 시리즈에서는 류, 켄, 춘리가 초기 로스터에서 빠지는 일은 없었고요.
그런데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는 굳건할 것만 같았던 ‘류춘켄’ 트리오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는 듯합니다. 6월 22일 캡콤이 공식 SNS를 통해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의 일본 내 티어별 캐릭터 사용 수를 발표했는데, 어느 티어에서도 춘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스트리트 파이터 6에서는 티어를 일정 그룹으로 묶어서 정리하고 있는데요, 그룹별 선호 캐릭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골드까지는 류와 켄이 굳건히 순위권을 지키고 있고, 루크, 캐미, 주리, 마리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플래티넘부터 마스터에 이르는 최상위 그룹에서는 JP, 디제이가 새롭게 순위권에 오른 것을 볼 수 있죠.
신규 캐릭터임에도 기존 캐릭터를 누르고 올라와 최상위 그룹에서는 1위를 차지한 마리사부터 이야기해봅시다. 마리사는 한 번의 기회로 상대의 체력을 빼앗는 압도적인 파괴력을 특징으로 하면서, 조작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간단해 많은 플레이어가 즐기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특유의 강인함이 매력적이지만, 월드투어와 스토리에서는 의외의 일면이 강인함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 새로 추가된 조작 스타일 ‘모던’과의 궁합도 좋은데요, 모던으로 마스터를 달성한 마리사도 심심찮게 보일 정도예요.
JP와 디제이는 흔히 말하는 고점이 높은 캐릭터입니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통달하면 굉장한 강함을 보여주는 캐릭터죠. JP는 특유의 원거리 공격 성능으로 하위 그룹에서도 강력함을 발휘하기는 하나, 위로 올라갈수록 근접 공방의 빈도가 늘고 이에 대한 대처가 중요해지기에 최상위 그룹에서 사용률 상위권에 오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디제이는 전체적으로 동작이 빠른 데다가 신규 시스템 드라이브 러시와의 궁합도 좋아 순식간에 상대에게 다가가 자신의 페이스를 밀어붙이는 플레이가 상당히 강력합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강함이 나오는 캐릭터이기도 해서 상위에 오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여담으로 새롭게 바뀐 디자인도 호평입니다.
켄과 주리는 모든 그룹에서 3위 안쪽에 들어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끄는 캐릭터입니다. 켄이야 원래 인기가 많았다고 해도 주리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텐데요, 사실 주리의 인기는 예전부터 대단했습니다.
그 예시가 지난 2018년 진행한 제1회 캐릭터 인기투표입니다. 상위에 오른 캐릭터가 스트리트 파이터 5에 참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플레이어가 많았기 때문인지 참전 희망 캐릭터 설문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요, 1위 사쿠라, 2위 마코토라는 결과도 이런 참전 요망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리는 이미 출시된 캐릭터임에도 3위를 차지했습니다. 춘리가 6위에 머무르고 있을 때 말이죠. 이번 사용 캐릭터 순위에 주리가 상위권에 올라가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겁니다.
여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성능도 좋은 편입니다. 디제이와 비슷하게 기본적인 속도가 빠르고 드라이브 러시와 궁합이 상당히 잘 맞는 데다가 기본기나 필살기의 성능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18일 열린 스트리트 파이터 6 발매 기념 대회에서도 주리를 사용하던 선수들이 굉장한 강함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기도 했을 정도죠.
처음에는 놀라운 결과였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이상할 게 없긴 합니다. 그래도 성능보다는 취향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법한 루키 그룹에서도 춘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의외네요. 이제 류춘켄의 시대는 가고 류켄주의 시대가 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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