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배두열 기자] 현대차·기아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최상위권 수성에 나선다.
21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5월까지 베트남 현지에서 2만2903대를 판매하며 2만1547대의 도요타를 제치고,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기아도 1만3951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Thanh Cong)그룹과 베트남 닌빈성에 생산합작법인 ‘HTMV(Hyundai Thanh Cong Vietnam auto Manufacturing corporation)’를 설립하고, 그랜드 i10ㆍ아반떼ㆍ투싼ㆍ싼타페의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HTMV에서 출고된 차량의 판매는 2017년 1만5570대, 2018년 5만8111대, 2019년 7만4973대를 기록하며,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높여갔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 차종 투입, 현지에 최적화된 마케팅 및 CSR 활동 등을 통해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공략해왔다. 실제, 현대차의 엑센트는 소형차 부문의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링 모델로, 2018년 베트남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현지 생산 개시 4년 만에 8만5000번째 엑센트를 출고했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HTMV 출범 2년 만인 2019년 7만9568대를 판매하며 7만9328대를 기록한 도요타를 제치고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이어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8만1368대, 7만518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으로 베트남 시장 판매 1위 달성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일본차의 텃밭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글로벌 자동차 판매 대수 1위 기업인 도요타를 제치고 거둔 성과로 의의가 있다.
이에 현대차는 2021년 판매합작법인(HTV, Hyundai Thanh Cong Vietnam Auto Joint Venture Stock Company) 설립한 데 이어, 2022년 11월 닌빈에 HTMV 2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생산 능력을 연간 10만7000대로 늘리는 등,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는 2004년 THACO(Truong Hai Auto Corporation, 쯔엉하이자동차)와의 CKD(반제품 조립 방식)사업을 통해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후 주요 차종의 현지 생산 및 신차 적기 투입, 마케팅 강화 등을 바탕으로 2018년 2만8986대, 2019년 3만103대를 판매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전년 대비 전체 수요가 급감한 2020년의 경우 도요타, 마쯔다, 미쯔비시, 포드 등 대부분의 업체의 판매가 감소한 것과 달리 기아는 30.2% 늘어난 3만9180대를 판매하는 저력을 보였다.
2022년에는 베트남 진출 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6만대를 돌파하며 베트남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하반기에도 생산 능력 확대, 판매 차종 다변화 등 점유율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5월까지의 판매 기세를 이어가, 지난해 도요타에 내준 연간 판매 1위도 재탈환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엑센트ㆍ크레타ㆍ싼타페 등 현지 판매 차종의 판촉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신규 SUVㆍMPV 모델 등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또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7월부터 현지에서 본격 생산하며 베트남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9월부터 2공장이 본격 가동됨에 따라 현지 생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으로, 현지 생산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로 판매 경쟁에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현대차는 기대하고 있다.
생산 합작법인 HTMV 1, 2공장은 하반기에 아이오닉 5, 베뉴, 팰리세이드 등 4개 모델을 추가로 생산할 계획으로, 총 12개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게 된다.
기아도 쏘넷, 카니발, 스포티지, K3 등 현지 판매 차종의 판촉 및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차·기아가 베트남 시장에 집중하는 데는 베트남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은 동남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으로, 최근 경제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투자 및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BMW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존 BMW 차량 수입 및 판매사인 베트남 자동차 제조사 타코(Thaco)와 협력을 통해 BMW 차량을 현지에서 위탁 생산하기로 발표했다.
앞서 포드도 2021년 7월 하이즈엉에 위치한 조립공장 증액 투자를 통해 연간 생산량을 기존 1만4000대에서 4만대로 늘렸다. 최근에는 KG모빌리티가 베트남 킴롱 모터스와 현지 조립·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2024년부터 티볼리 등의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자동차제조협회(이하 VAMA)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에서는 전년 대비 33.0% 증가한 총 40만4635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이는 종전 최고 판매였던 2019년의 32만1811대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판매 중 승용차가 31만6941대로 78%의 비중을 기록했다. 2021년의 21만4385대와 비교해 증가한 수치로, 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영향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베트남 경제가 회복되면서 승용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전년 대비 15.7% 증가한 8만1582대를 판매하며 도요타에 이어 연간 판매 2위를 차지했으며, 기아도 33.4% 늘어난 6만729대 판매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경우 엑센트가 총 2만2645대가 판매되며 전체 판매순위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크레타(1만2096대), 싼타페(1만603대) 등이 판매를 이끌었다. 기아는 셀토스 1만2398대, K3 1만1404대, 쏘넷 9446대 등이 판매됐다.
올 들어서는 베트남 자동차 판매가 전반적으로 다소 침체된 양상이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VAMA 등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의 자동차 판매는 총 11만3527대로, 전년 동기 17만6680대와 비교해 3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특히 자동차 대출 금리의 인상은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VAMA를 중심으로 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 진작을 위해 베트남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한 등록세 50% 감면을 요청했고, 베트남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이 조치는 오는 7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각 업체들은 등록세 50% 감면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베트남은 VAMA를 중심으로 2050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 등록소(Vietnam Registry)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0.2% 수준에 불과한 실정으로, 베트남 정부는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2022년 3월부터 전기차 등록비 면제, 특별소비세 감면 등을 시행하고 있다.
베트남 자국 브랜드인 빈패스트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022년 8월부터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VF5, VF6, VF7, VF8, VF9 등 5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 빈패스트는 3분기 초소형 전기차 VF3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포르쉐, 아우디, 벤츠 등도 베트남 시장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며, 볼보도 연내 베트남에 C40, XC40 등의 전기차를 출시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제고 및 판매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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