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109조4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이 중 35조8000억 원(32.7%)을 전동화 관련 투자비로 책정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가 이날 발표한 현대 모터 웨이는 2세대 전기차(EV) 전용 플랫폼 도입과 향후 10년간의 투자 계획을 망라한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EV 판매량을 올해 33만 대에서 2026년 94만 대, 2030년 200만 대로 늘려가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와 합쳐 전기차 37만5000대를 팔아 그룹 기준으로 세계 7위였다. 미국 테슬라(131만4000대)의 28% 수준이다. 2, 3위에 오른 중국 BYD(92만6000대), 상하이기차(90만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투자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현대차는 우선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구축에 따른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2025년 도입할 계획이다. 2020년 말 1세대 플랫폼 E-GMP를 내놓은 지 5년 만에 새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부품 범용성을 높인 아키텍처(구조)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바꾸면 공용 모듈러(부품 묶음) 개수가 기존의 23개에서 86개로 많아진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그만큼 원가 절감 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아키텍처 중심 체계로의 전환은 도요타의 e-뉴글로벌아키텍처(TNGA)를 필두로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기가 프레스’로 대변되는 생산 혁신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한 테슬라에 대응하기 위한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의 일종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생산 공장 운영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늘어나는 EV 수요에 맞추기 위해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외에도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에서 전기차도 생산하는 혼류 생산 라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아끼기 위한 ‘투 트랙 전략’이다. 현재 아이오닉 5(울산공장)와 아이오닉 6(아산공장)는 내연기관차와 함께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또 배터리 성능 향상과 차세대 배터리 선행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앞으로 10년간 9조5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 모터 웨이는 수많은 현대차 임직원이 축적해 정립한 혁신 DNA가 구체화한 모습으로 새롭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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