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노조원 개인별로 따져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업계에서는 “결국 불법은 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노조 불법 파업에 따른 형사처벌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길마저 막혔다는 의미에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기아는 1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의 ‘5·31 총파업’ 당시 쟁의권 없이 부분 파업을 단행한 기아차지부(기아 노조)를 업무방해와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기아 노조가 쟁의권 획득을 위한 첫 단계인 사 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을 진행하지 않은 채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기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2018년 5월 현대자동차 노조가, 그해 11월에는 현대차 노조와 기아 노조가 각각 쟁의권 없이 불법으로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회사 측이 노조를 고소했지만 3건 모두 기소유예로 수사 종결됐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나 기소(처벌)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반발 등을 우려해 불법 파업에 대한 형사고소 조치를 검찰 재량으로 기소유예로 마무리 짓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고 전했다.
수사 자체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는 것도 다반사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6월 임·단협 기간에 강제로 생산 설비를 10시간 중단한 노조(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 일부를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9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회사 측 이의 신청으로 재수사에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7월 회사에 8000억 원대 매출 손실을 안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 파업에 대한 형사 고소(업무방해죄) 건도 비슷한 처지다. 1월 10일 경찰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후 6개월째 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희열 법무법인(유) 한빛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형사처벌 대신) 고정비에 대한 손배소 제기를 할 수 있던 기회도 사라져 명백한 노조의 불법 파업이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가 더 까다로워졌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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