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7일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서울에서 진행된 ‘포니의 시간’ 전시회 사전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인본주의 철학을 미래 방향성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 회장은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하게 됐다”며 기념사를 시작했다. 그는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을 돌이켜 보고, 무엇이 오늘날 현대차를 만들었는지 다시 되짚어 보고자 했다”면서 “포니라는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정신적, 경험적 자산이 오늘날 현대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역사가 한국 첨단 기계산업 발전사와 일치한다는 자부심도 드러냈다. 정 회장은 “과거 폐허가 된 국토에 도로를 놓고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던 현대차는 오늘날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지금은)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통해 하늘에 새로운 길을 만들고, 사람의 움직임을 편리하게 보조해 주는 로보틱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포니는 대한민국 기계공업 발전의 시작”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는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체제하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포스트 포니’ 시대로 본격 진입하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회장에 정식 취임한 지 올해로 만 3년째를 맞이하면서 과거 유산의 재정립을 통해 그룹 비전을 보다 명확히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정 회장은 행사에 초청된 포니 초기 개발자들과 포니를 세계 시장에 팔았던 외국인 딜러 등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표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부인인 정지선 여사 등 가족들, 현대차그룹 사장단과 함께 전시장을 둘러봤다.
현대차는 최근 유실됐던 현대차의 첫 번째 콘셉트카 ‘포니 쿠페’를 복원한 데 이어 전시회까지 마련하며 그룹 헤리티지(유산)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포니 쿠페를 전시한 이탈리아의 클래식카·콘셉트카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국내에서 열린 이번 포니 전시회에는 사장단 등 주요 임원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현장에 참석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그룹 경영 전략 회의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며 “최근 성과가 좋아서인지 사장단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런 행보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3’ 자동차기업으로서의 ‘격’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 처음 3위에 올랐다. 이전까지는 일본 도요타나 독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사의 역사’를 만드는 작업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과거의 포니와 현재의 현대차에 강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내부 임직원들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높여 주려는 목적도 크다”고 했다.
포니의 시간은 현대차의 첫 독자 모델이자 첫 번째 국산 고유 모델인 포니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회다. 8월 6일까지 60일간 열리는 전시회는 포니 개발이 결정된 1970년대 시대상과 포니 설계도 등 관련 사료, 포니 차량들과 복원된 ‘포니 쿠페’ 등으로 꾸며졌다.
현대차가 포니를 앞세워 헤리티지 구축 작업을 진행하면서 형제 회사인 기아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기아도 삼륜차나 브리사 등이 있었다”면서 “(구체적인 일정 등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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