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전기차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주하기 전부터 전기차 충전이 바로 가능한지 여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건설사와 입주민 대화방을 통해서 입주하기 몇 달 전부터 문의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축 아파트의 전기차 충전기 사용 시작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겪은 상황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신축 아파트는 입주 초기에 ‘입대위’라고 말하는 입주자대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 부분은 모두 건설사에서 결정되며 보통 아파트 준공 전에 설치됩니다. 그래서 입주민이 충전 회사나 충전기 종류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는 입대위 회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제안을 하는 회사와 계약하여 설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축의 경우 전기차 충전기를 주차면의 2% 만큼 의무로 설치해야 준공 허가가 난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5%라고 하는데 예전에 분양된 아파트라서 2%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입주할 아파트의 경우 COSTEL이라는 회사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습니다.
이 충전기는 일반적인 신용카드나 회원카드를 사용하는 개방 공용 충전기는 아니고 입주민만 사용할 수 있는 비개방 충전기입니다.
충전기 수량은 완속 7대, 급속 1대였습니다. 약 600대의 주차면 수를 가진 아파트인데 의무 충전기 설치 2%라고 하면 최소 12대의 충전기가 설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설치된 수량이 모자라서 관리사무실에 문의를 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급속충전기는 1대가 10대와 동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총 16대를 설치한 것과 동일하다고 하셨습니다. 조금 모자르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합법적으로 설치된 사항이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충전기의 위치는 정해진 장소는 없지만 아파트 입구 앞 소위 ‘명당자리’에 배치해주셨습니다. 물론 일부 동은 입구와 멀리 위치해서 사용하기 불편한 이용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전기차보다 내연차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인데 명당자리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으니 매일 충전을 하면서도 조금 눈치가 보이긴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멀리 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입주를 하고 나니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충전설비는 모두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용은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관리사무실에 문의하니 “입대위 구성이 완료된 후 사업자를 지정해 운영하도록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입대위가 구성되려면 적어도 3~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맙소사!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괜히 신축으로 이사해서 집에서 충전을 못하게 되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파트 주변에서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를 찾아봐야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200kw 초급속 충전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약 한 달 넘게 외부 급속충전소를 이용해서 충전하던 어느 날 아파트에서 충전 중인 차량 한 대를 목격하게 됩니다. ‘아직 입대위가 구성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지?’ 바로 관리사무실에 여쭤보니 충전 문의가 많이 있어서 이르게 개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충전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파트 출입구 공동현관 카드를 등록해 충전기에 태그하여 동호수를 인식하여 충전기를 사용하는 형태였습니다.
여기서 조금 아쉬운 점은 민간 사업자의 충전기가 아니라 아파트에 귀속된 충전기라서 충전 요금이 관리비에 합산된다는 점입니다. 아파트 관리비로 부과되는 방식은 전기차 전용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신축 아파트로 이사 계획이 있으신 전기차 차주분들은 최소 1~5개월 간은 아파트 충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 충전소를 잘 파악해두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EV라운지 파트너 필진 대택아87 evloun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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