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음주운전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범률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 ‘연도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실적 현황’에 따르면 7회 이상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상습범은 2021년 기준, 977명에 달했다.
7회 이하는 더 심각했는데, 음주운전에 2회 이상 걸린 재범 이상자는 무려 5만 1,582명이나 집계됐다. 재범률이 44.8%라는건데, 이는 2명 중 1명은 음주운전에 단속되고도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말이 된다. 구체적으로는 △2회 2만7,355명 △3회 1만3,278명 △4회 6,150명 △5회 2,636명 △6회 1,186명이었다. 음주운전에 처음 단속된 사람은 6만4,300명이었다.
높은 재범률에 대해 시민들은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높여 사고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음주운전 재범에 대해 한 전문가는 “상습적 음주운전 행태를 보인다면 이미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반증한다”며 “이는 강력한 규제와 형사처벌 외에도 음주운전자의 알코올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전문병원 치료 명령,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설치 의무화 등 실정에 맞는 제도가 적극 개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배영대 에디터
음주운전 관련 각종 처벌이 강화됐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재범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재범률을 낮추자 못한 이유는 뭘까? 여기에 대해선 처벌과 관련 된 법도 문제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면허 재취득 기준 역시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부터 보면 도로교통법상 2회 이상 음주운전에 단속된 경우, 사고는 내지 않았다면 2년 동안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음주운전으로 2회 이상 교통사고를 낸 사람에게는 3년 동안, 음주운전에 뺑소니인 경우라면 그나마 최대 기간인 5년 동안 취득이 제한된다.
이와달리 미국, 독일, 호주 등에선 면허 취득을 최대 영구 제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사고를 내지 않았다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경우, 향후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료심리학적 감정서를 제출해야만 운전면허를 다시 딸 수 있다. 바로 앞에서 살펴본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기준, 이는 한 번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또다시 음주운전을 하고 큰 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면허 재취득 기준이 확실히 약한 건 사실,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우리나라 역시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제도의 도입 논의가 없지는 않았다. 이 말인즉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는 말인데, 그런데도 아무 결과가 없었던 이유는 또 뭘까? 먼저 지난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생각함에서 1,8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음주운전 예방 대책 마련 위한 국민 의견수렴 결과’에 따르면 국민 89.2%는 음주운전으로 한 번 단속된 경우, 영원히 취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데 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국민권익위원화 조사보다 1년 먼저인 2019년 발의됐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영구히 운전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논의가 중단됐던 이유는 “무면허 운전자 증가로 이어질 뿐 음주운전을 모두 근절하기는 어렵다”, “생계형 운전자에겐 너무 과한 처분이다”는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 등의 의견 때문이었다.
장기간 표류에 대안으로 음주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은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논의되었지만 이마저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대해 이유는 개당 200만 원에 달하는 장치의 구입·설치·유지 비용을 누가 부담하도록 해야 할지와 인권침해 논란까지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부 따지면 통과될 수 있는 법이 남아 있느냐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처벌 규정이 느슨하거나 아예 통과되지 않다보니, 법을 우습게 알고 ‘걸려도 괜찮겠지’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움직이는 이는 있지만 결과물이 없어 관련 제제가 느슨해지는 사이,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만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어 숨진 사람은 206명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수(2,916명)의 10%에 달하는 숫자다.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목소리는 나왔지만 ‘가해자’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고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고스란히 가져야했다.
그런데 최근 국회에서 음주운전 가해자가 숨진 피해자의 자녀 양육비를 책임지는 이른바 ‘한국판 벤틀리법’이 연이어 발의되면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발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뤄졌다. 지난달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미성년자의 부모를 숨지게 한 사람도 ‘양육비 채무자’로 추가하는 내용이다. 실형이라면 석방 6개월 이후부터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정했다. 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소송촉진 특례법 개정안’도 비슷한 취지에서 나왔다. 음주운전으로 숨진 피해자의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법원이 배상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음주운전과 관련해 재범을 막기위한 법안부터 사망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법까지 여러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몇가지 이유로 통과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해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통과가 안 되었다고 하지만 더는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없게 하고 가족 잃은 것도 슬픈데 경제적 어려움 까지 겪어야 하는 사망 피해자 가족들을 챙기는 것보다 중요할까? 하루빨리 관련 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들 분노 폭발” 음주운전 처벌법 통과 안 된 최악의 이유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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