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자발적 퇴직자 현황. /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
25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상후하박’ 구조의 임금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출연연 전체 평균연봉은 1억원에 달하지만 수년째 초임 연봉은 4000만원대에 머물고 있어서다. 최근 5년간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중심으로 출연연을 자발적으로 떠난 인력이 1048명에 달하는 것도 이같은 낮은 처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23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5개 출연연 연구직과 행정직 등을 포함한 일반 정규직 신입 평균연봉은 4313만원으로 나타났다. 연구직은 연봉의 약 10~20%에 해당하는 연구과제 수당을 추가로 받지만 이를 포함해도 5000만원 안팎이다. 석·박사급 고급인재로 구성된 출연연 처우 개선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는 이유다.
25개 출연연 평균연봉은 2021년 9178만원에서 지난해 9370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평균연봉이 줄어든 기관은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3곳이었다. 다만 기초과학지원연과 녹색기술연의 경우 최근 몇년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다수 이뤄져 평균연봉이 줄어들었다.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정규직이 늘어난 여파다.
같은 기간 초임 평균연봉은 4260만원에서 4313만원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최소 8개 기관이 임금이 동결되거나 줄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신입 평균연봉이 줄었다. 녹색연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 등 6곳은 임금이 동결됐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1년 초임 연봉이 3825만원에서 지난해 3832만원으로 나타났다.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달 궤도선 다누리 등을 개발해온 우주개발 주역 기관이다. 지난해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 성공 이후 MZ세대 연구자를 중심으로 처우 개선 목소리가 거셌다. 하지만 실질적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항우연을 포함해 4개 기관은 초임으로 3000만원대 연봉을 받았다. 25개 출연연 중 2021년 대비 작년 평균연봉이 500만원 이상 늘어난 기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유일하다.
전체 인건비는 늘었지만 신입 평균연봉이 줄었다는 것은 임금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출연연 전체 평균연봉은 올랐지만 8곳은 신입 평균연봉이 오히려 줄었는데 이는 연공이 쌓일수록 고임금을 받고 신진 연구자일수록 저임금을 받는 구조가 심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출연연에 지원한 신진 연구자들이 기대와 다른 처우로 이탈하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출연연을 자발적으로 떠난 인력은 1048명에 달한다. 2017년 이탈한 출연연 연구자는 179명이었는데 매년 증가해 2021년에는 250명에 달했다. 대다수가 처우가 좋은 기업과 대학, 다른 연구기관 등의 연구직으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