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GM 한국사업장은 올해도 그 흐름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GM 한국사업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수출되는 모델들이 국내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계속 내고 있다.
먼저, 해외에서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4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176.3% 증가한 1만 1130대를 판매해 소형 SUV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뷰익 앙코르 GX는 5429대가 판매되며, 8.1%의 점유율로 소형 SUV 부문 소매 판매 점유율 4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4월 한 달간 총 2만 2694대를 수출해 국내 자동차 중 가장 많은 수출량을 기록, 3개월(2~4월) 연속 국내 자동차 수출 1위에 올랐다. 신흥 효자 모델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4월 한 달간 총 1만 3646대가 수출되어, 4월 국내 자동차 수출 4위를 기록했다. (※ 국내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는 국내 수출 통계상 모두 트레일블레이저로 통합되어 집계.)
한국GM은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창원 공장을 2분기까지 풀가동 상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M 한국사업장이 오랫동안 적자를 보였던 만큼, 흑자 전환 자체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내수보다는 글로벌 수출 모델 1~2종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GM 한국사업장이 수출 생산 기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GM 한국 사업장은 경차(스파크), 경상용차(다마스)부터 준대형 차량, MPV(미니밴) 차량까지 다양한 차종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생산 라인업을 대폭 정리하면서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는 두 차종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가성비 차량의 인기에 힘입어 나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추후 글로벌 시장 상황이 반전된다면 두 차종 모두 한꺼번에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GM 한국사업장 자체를 뒤흔들 문제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내연기관차 라인업 증대 혹은 전기차 도입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러한 GM 한국사업장의 불안정한 생산 구조에 대한 걱정은 필자만의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노조는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전기차의 국내 생산을 요구해 왔다. 그들은 올해도 전기차 유치를 목표로 임금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관계자마저 개입했는데, GM 관계자가 방한한 때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직접 GM 한국사업장에 전기차 투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요구에도 불구하고 GM 측에서는 아직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미국·중국 등 큰 시장 외의 생산 시설 유치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이전에 언급한 정부 측의 요청에 대해 “한국GM은 최근 출시한 신차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미래차 배정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전기차를 도입한다 해도 현재의 생산 구조 문제나 상승하는 매출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럼에도 전기차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이 선언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연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한 생산 방식을 계속 고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 축소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기지는 ‘폐쇄’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아직 시간이 그들의 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GM이 어느 시점에서든 입장을 바꿔서,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이 떨어졌을 때 GM 한국사업장이 ‘폐쇄’라는 결과가 아니라 ‘변화’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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