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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 변신한 롤스로이스

EV라운지 조회수  

[루나즈 제공 ]
[루나즈 제공 ]

1950년대 ‘비틀’, 1970년대 ‘머슬카’ 등 시대를 초월한 클래식카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바람은 전기차 시대에도 클래식카를 꾸준히 운전하는 것이 아닐까.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지속가능성도 준수하면서 말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엔진을 들어내고 모듈화된 배터리와 모터 패키지를 장착해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기차 컨버전(EV Conversion)’을 하면 된다. 북미와 유럽 등 클래식카 문화가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된 EV 컨버전 산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클래식카 감성 지속적으로 즐기기

EV 컨버전은 클래식카의 감성을 미래에도 즐기는 기발한 방법이다.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전기차의 쾌적한 가속과 편리함도 누릴 수 있다. 클래식카를 일상에서 주행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다.

증가하는 EV 컨버전 수요에 맞춰 전문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클래식카마다 천차만별인 구조와 디자인을 고려해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설치해야 하기에 자동차 역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 클래식카를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헤리티지를 유지하는 것이 EV 컨버전의 본질이지만, 실제 EV 컨버전 산업을 성장시킨 것은 혁신 기술이다. 최신 전기차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EV 컨버전은 실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에너지 밀도가 향상된 배터리, 충전 시간 단축, 효율성이 향상된 전기모터, 증가한 주행거리 등이다. 자율주행과 디지털 연속성 등 최신 자동차의 디지털 편의기능도 클래식카에 도입되고 있다.

산업 성장 배경에는 시장의 니즈와 더불어 정부 보조도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EV 컨버전 사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도입됐다. 보조금, 세제 혜택,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은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희소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EV 컨버전을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카 EV 컨버전에는 특별한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현재의 안전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생산된 클래식카는 안전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애호가들은 그것도 감성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클래식카 EV 컨버전은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이벤트, 전시회, 경주 등이 개최되고 있으며, 지식과 경험의 교류도 늘어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업체는 다양한 옵션과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등 맞춤형 솔루션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고객은 클래식카의 디자인, 성능,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EV 컨버전을 선택하고, 때로는 자신의 기호에 맞게 차량을 디자인해 특정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클래식카를 소유한다는 것은 양산형 차와 달리 세상에 하나뿐인 희소한 차를 갖는다는 의미이기에 감성까지 충전할 수 있다.

전기차 장려하는 북미와 유럽에서 인기

EV 컨버전 사업이 활발한 지역으로는 북미와 유럽을 꼽을 수 있다.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지역으로, 정부와 환경단체가 전기차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성능과 디자인 등 미래적인 전기차의 인기가 높기도 하다. 또한 클래식카 애호가도 많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의 EV 컨버전 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고객이 클래식카를 수집하는 부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죄어지는 내연기관 차량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기차로 변환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 사정 탓에 오래된 차를 타는 사람에게 최신형 전기차는 터무니없이 비싸다.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은 이들에게 부릴 수 없는 사치다. 새 차를 산다. 경제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전기차를 구입한다. 새 차 살 돈은 없지만 오늘도 자동차를 몰고 나가야만 하는 대다수 사람에게 EV 컨버전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따라서 EV 컨버전 사업을 전개하는 것, 모듈화된 모터와 배터리를 만들어 교체 단가를 낮추는 것의 이면에는 친환경 규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V 컨버전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차선택이다. 다음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주요 EV 컨버전 업체들이다.

루나즈
루나즈는 파워트레인 교체가 아닌 차량 뼈대부터 리스토어한다.  [루나즈 제공 ]
루나즈는 파워트레인 교체가 아닌 차량 뼈대부터 리스토어한다. [루나즈 제공 ]

영국 실버스톤의 F1 서킷 인근에 위치한 루나즈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클래식카를 되살리는 업체다. 모터스포츠로 유명한 고장에서 오랜 시간 자동차를 제조해온 만큼 루나즈의 클래식카 복원 기술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루나즈 외에도 이 지역에는 최첨단 파워트레인 기술을 가진 업체가 모여 있어 기술 교류가 활발한 것도 장점이다. 루나즈가 작업한 차량들은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모델들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클래식 모델, 재규어 XK120, 벤틀리 컨티넨탈, 롤스로이스 실버 클라우드, 롤스로이스 팬텀 V 리무진 등 그야말로 ‘억’대 소리가 나는 진귀한 차량들을 전기차로 변환했다. 이들이 다루는 클래식카는 반세기 넘는 연식을 가진 것이 많다. 단순히 파워트레인 교체가 아닌 뼈대부터 리스토어한다. F1 모터스포츠 및 고급 자동차 제조산업의 장인과 엔지니어가 함께 작업한다. 이는 EV 컨버전이라기보다 재설계에 가깝다. 서스펜션, 브레이크, 파워스티어링, 에어컨, 최신 인포테인먼트가 적용된다. 루나즈 측은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로 수십 년 안에 롤스로이스 같은 고배기량 차량은 런던 시내 주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EV 컨버전이 고배기량 차량을 주행할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

모멘트 모터스 컴퍼니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모멘트 모터스 컴퍼니(이하 모멘트)는 2017년부터 EV 컨버전 사업을 하고 있다. 모멘트의 목표는 노후 차량의 문제를 해결하고 클래식카 본연의 주행감을 보존하는 것이다. 마크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클래식카 애호가로, 클래식카의 감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에게 EV 컨버전은 클래식카를 불편함 없이 즐기기 위한 솔루션이다. EV 컨버전에서 가장 큰 과제는 공간 확보라고 한다. 차량마다 내부 모양이 달라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할 공간을 만드는 것은 매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모멘트는 기존 구성 요소를 재설계하지 않고 어느 차량에든 쉽게 장착할 수 있는 모듈식 모터와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들의 목표는 EV 컨버전에 필요한 부품을 키트로 제작해 소비자 누구나 자신의 차고에서 EV 컨버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일렉트릭 GT
일렉트릭 GT가 EV 컨버전을 한 페라리. [일렉트릭GT 제공 ]
일렉트릭 GT가 EV 컨버전을 한 페라리. [일렉트릭GT 제공 ]

일렉트릭 GT는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해변에서 시작한 회사다. 유지·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주행이 불안정한 차량의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차량을 개조해왔다. 이들은 클래식카 전용 ‘EV 에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는 다양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전기차 패키지다. 물론 무작정 엔진을 들어내고 넣는 게 아니라 전력과 중량, 배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계산해 설치한다. 이들의 대표 EV 컨버전 모델은 페라리 308 GTS다.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 최초 페라리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0호에 실렸습니다.>

EV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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