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한 ‘차량 절도 챌린지’의 표적이 됐던 현대차와 기아가 자동차 도난 피해 집단소송을 당해 2억 달러(약 2670억 원) 규모의 보상에 합의했다.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 미국법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 소유자들의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의에 드는 금액은 약 2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도난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손해 등을 현금으로 보상하기로 한 것이다.
합의는 최대 900만 명의 차량 소유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보고 있다.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미장착한 특정 현대차 차량(2016~2021년)과 기아 일부 차량(2011~2021년)이 대상이다.
차량에 보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고객은 운전대 잠금장치 및 기타 도난 방지 또는 예방 장치를 구매할 경우 최대 300달러(약 40만 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노리는 절도 사건이 급증했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 10대 차량 절도단의 범죄 행각을 다룬 영상이 지난해 6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뒤 미국 전역에서 차량 절도 피해가 급격히 늘었다. 절도단은 주로 기아 차량을 훔쳐 달아나 ‘기아보이즈(kiaboys)’라고 불렸다. 이들의 수법을 모방한 범죄 장면을 찍어 틱톡 등에 올리는 ‘기아챌린지’ 놀이도 확산했다.
이들은 키홀 주변의 플라스틱 커버를 뜯어내고 USB 케이블과 드라이버를 사용해 시동을 걸어 차량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차키 시동 방식이면서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이 범죄의 표적이 됐다.
도난 사고가 이어지자 아이오와, 미주리, 켄자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피해 차주들이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을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결함을 숨긴 차량 제조사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며 기아와 현대차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월부터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 830만 대에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 북미 지역 최고 법률책임자 제이슨 어브는 “도난 방지를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설치 및 스티어링 휠 잠금장치 배포를 지속하고, 보험 가입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고객에게는 AAA(미국자동차협회)를 통한 보험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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