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는 공공시설물이 있다. ‘과속방지턱’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보면 과속을 하지 않더라도 차량 하부가 스치거나 차량이 위로 치솟아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생긴 충격으로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과속방지 표지를 보고 감속하고 주행했는데 알고 보니 페인트칠뿐인 가상 과속방지턱이었던 때도 있다.
언뜻 보면 ‘불편함이 적지 않은 데 굳이 왜 있어야 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과속 방지턱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지침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에 명시된 구조물로써, 일정 도로 구간에서 통행 차량의 과속 주행을 방지하고, 일정 지역에 통과 차량의 진입을 억제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도로안전시설’이다.
제아무리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만약 제대로 설치가 되지 않았거나 유지 보수가 되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 시설물은 보행자나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 위협이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사고는 지난달 21일 오후 8시 46분쯤 대구 칠성시장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20대 남성 A 씨는 배달 일을 위해 해당 구간을 지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에 있던 과속방지턱을 넘으려던 순간, 오토바이가 붕 떠올랐다가 넘어졌고 A 씨는 그대로 나뒹굴었다. 사고 이후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방지턱은 기존 과속방지턱이 노후됐다는 민원을 접수한 북구청이 대구 한 건설 업체에 맡겨 사고가 난 당일 몇 시간 전에 시공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시공 이후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킬 안내판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시공업체 관계자는 “아스팔트가 굳는 시간이 필요해 이날은 지면 높이만 올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를 접수한 관할 경찰은 공사를 맡긴 구청과 설치 업체의 과실 여부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앞에서 언급한 사고는 별도의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은 것 외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방지턱 높이다. 사고 이후 한 유명 매체에서 직접 측정한 결과 12cm가 넘었다. 이는 기준보다 최소 2cm 이상 높게 설치된 것이다.
엄연히 기준이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상황. 전문가들은 높이를 위반한 방지턱은 이곳 외에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기준이 있는데도 대체 왜 방지턱 높이가 다른 것일까? 여기에 대해선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속방지턱은 도로 기능, 도로조건, 교통조건 및 지역 조감 등을 감안해 현장에서 적합한 시설을 설치하게 되어 있으므로 획일적으로 동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듯한 기준. 과연 법에는 과속 방지턱이 어떻게 규정되어 있을까? 우선 과속방지턱 설치 기준과 관리는 도로법 및 도로교통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예규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규정되어 있다.
설치 기준은 첫째, 방지턱 전방 20m 이내로 표지판을 설치하여야 한다. 둘째, 설치 길이는 도로의 양 배구 측까지로 제한된다. 셋째, 원호형을 표준으로 하며 높이는 10cm, 폭은 3.6m으로 노란색과 흰색 도료를 번갈아 사용하여 45도 각도로 칠해야 한다. 이를 기준하여 도로 폭에 따라 길이와 높이를 변형 적용할 수 있다.
과속방지턱이 필요한 장소는 주행속도가 30km 이하로 제한이 필요한 구간에 설치한다. 학교 앞, 유치원, 어린이 놀이터, 근린공원, 마을 통과지점, 보행자가 많은 도로, 공공 주택 앞, 병원, 근린 상업시설 등 차량 속도를 저속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는 구간, 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도로 등에 설치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궁금증, 대구 과속방지턱 사고처럼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차량(자동차, 오토바이 포함)이 손상되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필자가 관계 부처에 문의해 본 결과, ‘영조물배상공제’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지자체가 소유·사용·관리하는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 하자로 인하여 타인의 신체 부상이나 재물에 손해를 일으켜 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청구방법은 어떻게 될까? ▲ 피해자가 지자체에 배상금을 청구하거나, 공제회에 배상금을 직접 청구한다. ▲ 배상금 청구를 접수를 받은 지자체 및 공제회는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한다. ▲ 사고 접수를 받은 보험사는 피해자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진행한다. ▲ 조사가 끝이 나면 보험사는 공제회와 사고처리 협의를 한다. ▲이 모든 게 끝이 나면 보험사는 피해자에겐 배생금을, 지자체엔 보험금을 지급한다.
다만 문의를 한 관계 부처 관계자는 만약 피해를 입은 구간이 ‘영조물배상공제’에 가입되지 않았다면 해당 제도를 통해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는 ‘국가배상’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여기서 ‘국가배상’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을 국가배상이라 하며 헌법 제29조 1항에 근거한 국가배상법이 그 근거법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만큼, 과속방지턱 사고는 단순 이슈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사고 예방 방법에 대한 의문이 오가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선 지자체는 도로 시설 기준에 맞춰 진행하고, 운전자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속도를 줄여서 과속 방지턱을 넘어간 후 다시 정속 주행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도로가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과속방지턱에서 벌어진 참혹한 결과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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