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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불안한데” 전기차 오너들이 유독 한숨 쉬는 ‘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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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재희 에디터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 전기차의 ‘무게’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후화된 도로가 파손되거나 주차장이 붕괴되는 등 교통·안전 사고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차량의 평균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다. 전동화 초반, 경차와 세단에 머물렀던 전기차의 라인업이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 SUV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평균 무게 증가를 더욱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 매체 악시오스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차량의 무게가 증가하고 있으며, 전기차로 전환된 차량 중 일부는 중량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 대비 많게는 1톤 이상 늘어났다고 전했다. 

국산차를 예로 들면, 기아의 니로EV는 1,705kg으로 니로 내연기관 차량 1,400kg보다 300kg이 무겁다. 제네시스 G80 역시 공차 중량은 1785kg이지만 일렉트리파이드 G80은 2265kg으로 전기차 모델이 480kg이나 증가했다. GV70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모델이 일반 내연기관 모델보다 평균 300kg 정도 무겁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 전기차로 갈수록 심해진다. 더 많은 배터리팩을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무게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형 전기 픽업트럭 포드 F-150 라이트닝은 같은 모델의 일반 버전보다 900~1300kg가량 더 무겁다. GMC의 전기 트럭 ‘허머 EV’의 무게는 4,100kg인데 배터리팩 무게만 1315kg에 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무게 문제는 사회적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뉴욕 맨해튼에선 지상 4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이 무너져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뉴욕시 당국은 해당 건물이 최소 6건의 안전 규정 등을 위반한 전력이 있다며 구조적 문제로 인한 붕괴로 잠정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낡은 주차장들이 무거워진 차량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했다.   

붕괴된 주차장은 1920년대에 지어져 1957년에 주차장으로 개조된 100년이 넘은 건물이었다. 당시 사고를 보도한 NBC는 주차장 맨 위층에 주차된 차량의 무게가 과도했던 것이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영국주차협회(BPA)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주차장 구조물의 피로도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데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붕괴 사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영국 전역의 주차장들도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한국의 상황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노후화된 도로와 교각이 파손되어 사고를 유발하고, 특히 주차타워와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차의 높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전기차의 밀도가 더 높아지기 전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로의 내구성과 주차장의 무게 기준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무거운 전기차에 크루즈 컨트롤 등 자율주행 기능이 더해지면서 도로 일부분만 주행하게 돼 도로 특정 부분의 마모 위험성이 커져 내구성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하고, 타워형 주차장의 무게 기준도 새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붕괴 및 안전사고 위험과 더불어 무거워진 전기차는 충돌 시 피해 규모도 더 크다. 실제 차량 무게 증가가 도로 위 사망 위험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지난 2011년 연구에 따르면 차량의 무게가 약 450kg 증가할 때마다 차량 충돌 시 사망 확률이 4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올 초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교통조사위원회 행사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도로 위 차량의 중량과 크기, 동력 증가에 따른 중상과 사망 위험 증가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호멘디 의장은 “차의 무게는 세단보다 SUV가 무겁고, 그보다 전기차가 더 무겁다. 여기에 중저속 영역에선 전기차의 응답 속도가 빨라 가속력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나다. 무겁고 빨라진 전기차의 등장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즉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량 탑승자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대의 차량이 충돌할 경우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차량이 더 멀리 튕겨 나가듯이 내연기관차의 충격량이 전기차보다 훨씬 크고  손상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무게 증가로 인해 제동거리가 길어질 경우 보행자 및 자전거 운전자의 사망사고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차 대중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안전 규제 및 노후화된 도로와 주차장 구조물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현행 주차장법에 따르면,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의 무게는 1,850kg 이하로, 이미 웬만한 전기차는 기계식 주차장 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 또한 인프라 개선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다. 주차장 구조물 개선 및 이에 적용하는 활하중 기준을 전기차 시대에 걸맞게 대폭 끌어올리는 방안과 더불어 주차장 허용 중량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대립되는 요소들이지만 타협점을 찾고, 새로운 구조 기준을 마련하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미래에 걸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너무 불안한데” 전기차 오너들이 유독 한숨 쉬는 ‘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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