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가 7년 만에 E 클래스의 완전 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E 클래스는 벤츠의 주력 세단 모델이자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차량이다.
지난 2016년 6월 첫선을 보인 E 클래스 10세대 모델은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단일 모델로는 사상 최초로 2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디자인, 주행성능, 브랜드 감성 등 모든 면에서 고객들의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새롭게 공개된 신형 E 클래스(W214)는 10세대 출시 이후 7년 만에 출시되는 완전변경 모델로 기존 클래식한 디자인에 메르세데스-EQ 라인업 특유의 아방가르드 한 디자인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그 덕분에 신차의 첫인상은 낯설지 않지만 전동화 과도기 시점에서 다소 도전적인 외관을 가져 국내 출시 후 반응이 기다려진다는 의견이 많다.
[글] 박재희 에디터
신형 E 클래스는 이전 모델과는 달리 엔진룸을 덮는 보닛을 앞으로 길게 빼고 탑승 위치를 차량 뒤쪽으로 많이 뺀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3박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보여주며,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긴 보닛의 조합, 안정감 있는 벨트라인을 갖췄다. 휠베이스를 이전 모델보다 20mm 더 길게 늘린 디자인은 ‘럭셔리 리무진’이라는 수식어답게 차량의 웅장함을 부각하는 효과를 준다.
전면부부터 C필러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라인을 비롯해 보닛 측면 실링, 앞바퀴 및 뒷바퀴 특수 스포일러, 플러시 도어 핸들 등 공기역학적 디자인 요소를 갖춰 공기 저항 계수 0.23Cd를 기록했다.
전면부는 EQ 모델을 연상시키는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 램프를 하나의 구간으로 연결하고 LED 고성능 헤드 램프를 기본 탑재했다. E 클래스가 고집하던 두 개의 라이트 시그니처는 헤드라이트의 볼록한 곡선과 나란히 표현되어 중앙 그릴에서부터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듯한 인상을 완성했다. DRL 배치는 GLE 페이스리프트 조명과 동일하다.
외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을 형상화한 삼각별 장식이 곳곳에 묻어난다는 점이다. 트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수놓은 삼각별 은하단은 그릴 테두리의 LED 조명과 조화를 이루며 야간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예고한다. 좌우를 굴곡지게 연결하는 후미등에도 이러한 삼각별 그래픽을 삽입했다. 다만 이러한 디자인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투 머치(Too Much)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내는 기술로 빚어냈다.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2025년경 선보일 전용 운영체제 MBOS의 선행 버전이 탑재된 거대 디스플레이는 탑승자를 압도한다.
5G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MBOS는 기존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구동하는 것은 물론 운전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편의 기능을 학습하고 상황별 기능 이용패턴까지도 학습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개발된 사용 패턴 학습 기능 ‘루틴’을 통해 탑승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탑승자가 영상 10도의 실내 기온에 열선시트와 히터를 켜면 차량은 추후 같은 조건에서 먼저 해당 기능을 자동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벤츠는 MBOS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가장 먼저 제공한 뒤 구동장치(파워트레인), 자율주행, 차체(바디)·충전(편의) 등 범주별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센트럴 디스플레이에서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비롯해 게임,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및 브라우저 등과 같은 서드파티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조수석 디스플레이에는 DLC(dual light control) 시스템이 탑재돼,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기록한다. 이 프라이버시 기능 덕분에 조수석 탑승객은 주행 중에도 TV 또는 영상 스트리밍과 같은 다이내믹 콘텐츠들을 시청할 수 있다. 운전자가 조수석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는 것을 감지하면, 조수석 디스플레이의 밝기를 줄여 운전자의 주의 분산 위험도 줄인다.
실내 온도, 조명, 음악, 시트 등을 유기적으로 조절한다. 사운드 시각화 기능을 포함한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영상이나 앱에서 나오는 빠른 연속 비트에는 조명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템포가 다운된 리듬에는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조명을 연출한다.
신형 E 클래스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 및 4세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된다.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갖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에는 4기통 가솔린 엔진(M254) 또는 디젤 엔진(OM654M)과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가 맞물린다. 가속 시 최고 15~17㎾의 힘을 추가 제공하고 글라이딩, 부스팅, 회생제동 등을 통해 높은 효율성도 갖췄다.
전 모델에는 9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4륜 구동 4매틱 시스템도 개선해 프론트 액슬은 더 높은 토크를 전달한다. PHEV 모델의 경우 1회 충전으로 최장 100km(WLTP 기준)를 달릴 수 있으며 최고 95㎾의 충전 출력을 확보했다.
신차는 국내 규제에 맞춰 레벨2 또는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이 적용될 예정이다. 레벨2+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으로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며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 내에서 주행하는 레벨2에서 나아가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거나 나들목에 진입하는 기능을 포함한다는 설명이다.
또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으로는 졸음운전 경고 ‘어텐션 어시스트’와 SAE 레벨4 수준의 ‘인텔리전트 주차 파일럿’ 등이 제공된다. 특히, 인텔리전트 주차 파일럿은 빈 공간이 있으면 차량 스스로 주차할 수 있는 기술로, 메르세데스 미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능을 활성화하면 운전자 없이도 주차가 가능하다.
신형 E 클래스를 보면 알 수 있듯, 전동화 과도기 시점에 벤츠의 내연기관 신차들은 EQ를 닮아갈 것으로 보인다. EQ 라인업의 디자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에게 각인되고 있다. 싸늘했던 반응을 회복하는 추세다. 그게 벤츠가 가진 무서움일지도 모르겠다. 11세대를 맞이한 전통의 베스트셀러 E 클래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삼각별 도배” E클래스 풀체인지, 파격적인 디자인에 호불호 난리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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