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바흐 EQS SUV’는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급 모델인 마이바흐의 첫 번째 전기차다. 전 세계 완성차 시장에선 이미 전기차 전쟁이 피 터지게 벌어지는데 이제야 전기차를 내놓다니.
“지각생 아니냐”고 묻자 마이바흐 측에선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다니엘 레스코우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글로벌 총괄은 “최고급형 대형 전기차 분야에 출시된 경쟁 모델은 아직 시장에 없지 않냐”며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마이바흐 전기차이기에 완벽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고급 기술력과 아름다운 디자인 등을 갖추느라 시간이 필요했다며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된 마이바흐 EQS SUV를 살펴보고 관계자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제품군에서도 최고급형 모델의 독보적 지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모델이었다.
마이바흐 EQS SUV의 진가는 운전석이 아니라 뒷좌석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른바 ‘회장님 자리’라고 불리는 2열 우측 좌석에 앉으니 마치 비행기 1등석에 탄 기분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의자가 뒤로 크게 젖혀지는데 그 편안함의 정도가 확실히 달랐다. 1열 조수석이 앞쪽으로 당겨진 덕에 다리도 쭉 펴고 앉을 수 있었다. 좌석 옆에는 음료를 보관할 수 있는 차량용 냉장고가 설치돼 있고, 은으로 도금된 샴페인 잔도 비치됐다. 대표적인 ‘쇼퍼 드리븐 자동차’(운전사가 모는 의전용 차)인 마이바흐를 타보니 뒷좌석에 앉은 회장님이 된 기분이었다.
마이바흐 EQS SUV는 ‘그냥 전기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호사스러운 기능이 총집합돼 있다. 먼저 15개의 스피커가 탑재된 음향 시스템을 틀면 마치 영화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소리가 풍부했다. 혹시 좌석에 앉아 있다 땀이 찰 경우에는 통풍 기능을, 목과 어깨가 결릴 때에는 온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뒷좌석에는 종아리 마사지 가능도 들어가 있다. 마이바흐 EQS SUV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향기인 ‘넘버12 무드 에보니’도 차 안에 은은하게 풍기게 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에는 외부 소음을 줄여주는 커버를 덧대는 세심함도 있었다.
차량 곳곳에 즐비한 마이바흐 엠블럼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단 차량 전면부 그릴 양옆에만 마이바흐 엠블럼이 40개 가까이 있다. 차에 올라타기 위해 밟는 발판이나 차량 측면에도 마이바흐 엠블럼이 있다. 차량 내부에는 가속 페달, 브레이크 페달, 트렁크 문 안쪽에서 마이바흐 표식을 찾을 수 있었다. 차문을 열 때도 땅바닥에 빔을 쏴 마이바흐 엠블럼이 나타났다. 마이바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마이바흐만의 차별성을 느끼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이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다고 한다.
마이바흐 EQS SUV는 대형 차량답게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거리)가 321cm로 상당히 널찍했다. 1회 충전 예상 주행거리는 최대 600km 수준이다. 또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4초로 강력한 주행 성능을 지녔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마이바흐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 2위 시장이다. 레스코우 총괄은 “한국에서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다”며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꾸준히 최신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 덕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이바흐 측은 브랜드의 새로운 슬로건인 ‘웰컴 투 비욘드(저 너머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도 함께 공개했다. 새롭게 펼쳐진 전기차 세상에서도 마이바흐가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계속 받을 수 있을지 시장의 평가를 앞뒀다. 마이바흐 EQS SUV는 북미 시장에 올가을에, 한국에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
리스본=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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