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투자기업이 기존 공장을 전기차 시설로 전환해도 현금 보조금을 지급한다. 원래는 신공장 투자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한을 뒀지만, 이제는 기존 생산 설비를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전환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전기차 생산 라인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한국GM·르노코리아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이 추가 국내 투자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지난 19일 입법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의 골자는 신성장동력·첨단기술사업으로 전환을 위해 기존 공장 시설을 교체하는 경우 정부 현금 지원 대상에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즉, 외국계 기업이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변경해도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경우만 인정을 해줬지만 이제는 기존 설비 전환도 투자로 인정한다. 이번 개정에는 외투기업의 국내 전기차 생산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또한 정부는 개정안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이 가능한 업종으로 ‘글로벌 기업의 지역본부’를 추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되면 저가에 공장·사무실 부지를 임대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의미다.
그밖에도 글로벌 기업의 투자 집행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반영해 정부 현금지원 지급 시기를 앞당긴다거나, 외국 기업의 한국 지사가 이익잉여금으로 재투자를 할때 본국에 송금하지 않고도 재투자할 수 있도록 신고 접수기관을 코트라로 한정하는 등 절차적 번거로움도 상당부분 없앴다.
한국GM, 르노코리아 등 자동차 업계 외국인투자기업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에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 공장의 전기차 생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본사에 한국 공장 전기차 유치·설비 투자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미국·유럽 공장과 치열한 경합을 뚫고 전기차 유치에 성공했다. 2026년부터 생산 예정인 르노의 중형 전기차는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순수 전기차다. 르노코리아는 신규 공장을 짓기보다는 기존 공장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시설을 전기차 생산 시설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본사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GM 창원·부평공장은 아직까지 전기차 생산 배정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GM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뷰익 앙코르 GX 포함) 수출 호조로 지난해 9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추가 신형 전기차 유치 없이는 지금 같은 실적 호조 분위기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본사에 전기차 배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높은 생산성은 물론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 유치 인센티브 정책이 뒷받침돼야한다.
외투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반도체, IT 업종에서는 글로벌 탑티어에 속해있는데 미래차 분야 육성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법개정만으로도 적극적인 산업 육성의 시그널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투기업 관계자는 “법 개정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큰 틀의 법안 취지는 법으로 정해놓고 세부적인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해 국내 법이 산업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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