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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값싼 전기차에 밀렸다?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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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상하이오토쇼에서 현대차는 현재 중국에 판매중인 ix35를 대체하는 전략 차종 ‘무파사’와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된 고성능 모델인 엘란트라 N (국내명 아반떼 N)을 공개했다. 기아는 EV5 컨셉을 공개하며 올해 중국시장에 EV6와 EV5를, 내년에는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을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모터쇼 현장의 중국 로컬 제조사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이러한 계획이 저조한 중국시장에서의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았다. 이미 중국은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실적 3위를 기록하고 유럽과 미국시장에서는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되기도 한 현대차그룹이지만, 중국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사그라들고 있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현대차그룹의 중국시장 부진에 대한 소식은 이미 미디어를 통해 다수 전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27만3000대, 기아는 13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합산 판매량은 40만대를 넘겼으나 시장점유율은 1.68%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는 2309만대였다.

판매실적에 대한 자료가 아닌 모터쇼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냉담한 수준이었다. BYD와 니오, 상하이자동차의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엠(IM) 등 중국의 신흥 전기차 브랜드 전시관에는 사진촬영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미디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전시관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예로 상하이오토쇼 현장에서 가장 많은 중국의 미디어와 인플루언스들이 모여 있던 차량은 BYD의 시걸(SEAGULL)이라는 차량이었다. 실내 모습을 미처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있던 이 신형 전기차는 ‘씰’과 ‘돌핀’ 등 BYD 오션 시리즈 중 하나로 현재 브랜드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 중 하나이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6개월 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YD의 시걸은 단순히 작고 저렴한 전기차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 기준 400km의 주행가능거리와 현대적인 디자인, 5인치 계기판과 12.8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D컷 스티어링 휠, 무선 충전 패드 등을 탑재한 이 차량의 가격은 7만8800위안부터 9만5800 위안으로 구성되었다. 가장 비싼 모델도 한화 19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러한 상품성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BYD전기차 뿐만 아니라, 모터쇼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중국 로컬 제조사들의 전기차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었다. 과거 가격만 저렴하고 품질은 낮은 중국산 내연기관 차량을 떠올리기 힘든 전기차들이 대부분이었다. 

단순히 전기차로서의 성능, 주행거리, 효율성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한 최신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편의기능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BYD의 차량들에 적용된 대화면의 디스플레이 화면은 가로 또는 세로로 전환되는 틸팅기능이 적용되어 있었다. 이는 틱톡 등 새로 형태의 화면을 제공하는 SNS나 중국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는데 최적화된 특징이다. 대부분의 전기차에는 크기를 막론하고 디지털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화면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실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었으며, 무선 업데이트와 중국 현지에 최적화된 인포테인먼트 및 앱 구성으로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있었다. 물론, 차량 내부 소재의 품질과 조립 상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터쇼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의 최신 전기차들을 살펴보면, 중국 소비자들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의 국산차’ ‘보조금 많이 받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보긴 어렵다. 제품의 완성도나 편의성에 있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국 로컬 브랜드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빠르게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지 못한 것도 현재 현대차그룹이 중국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약 25%.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비중이 높지만,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강점은 브랜드 이미지의 개선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시장에서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내연기관차량을 파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미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베이징현대가 판매하고 있는 차량 라인업 가운데 전기차는 밍투 EV 1개 차종이다. 신에너지차로 범위를 넓혀도 투싼 L 하이브리드 1개 차종만 더해질 뿐이다. 밍투 EV 또한 21년 초 출시된 모델로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전기차와 비교할 때 디자인이나 상품성, 가격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오닉 5는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중국의 자국 제조사 밀어주기, 해외 제조사에 대한 규제 등 중국 시장이 불공정한 시장인 것은 명백하다. 그 속에서 해외제조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만의 특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품으로는 공정한 시장이라해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중국의 도시 봉쇄가 해제되고 이제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들을 도심에선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봉쇄는 해제되었지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많은 소비자들은 과거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일이 크게 줄었다는 것을 현지에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모터쇼 현장에서도 방송사나 언론사의 카메라보다 틱톡을 통해 생중계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새로운 자동차에 대한 정보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어떤 플랫폼이든, 세대를 불문하고 전해지고 있었고,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향한 그곳에는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최신 전기차가 있었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는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끌어 올리는 역활을 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상하이오토쇼에서 그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이러한 분위기가 현대차 그룹이 최근 발표한 전략들 (고성능 아이오닉 N과 중국 전략 전기 SUV 출시 계획 그리고, 기아 EV6, EV5, EV9의 출시)을 통해 얼마나 빠르게 소비자들의 멀어진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또, 테슬라의 가격인하로 중국 로컬 브랜드의 가격인하도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중국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출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 년간 실적이 악화된 현대차그룹이 중국시장에서 얼마나 출혈을 감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성능 전기 모델들을 통한 이미지 개선과 이윤 증대 또한, 판매 볼륨이 많지 않은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시장에 대한 혜안이 절실한 때다.

글로벌오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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