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代走在前列 新征程勇?尖兵’ (새로운 시대보다 앞서서 걸어가야 한다. 용감하게 새로운 첨병이 되자)
비야디(BYD)·화웨이·텐센트·DJI 등의 본사가 위치한 중국 선전시. 이 도시에서도 가장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이 즐비한 난산구 ‘선전 베이 스포츠스타디움’에 적힌 문구다. 선전을 기술 혁신의 중심에 두고 성장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전의 도로에는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기업 BYD의 전기 택시가 수없이 오갔다. 전기차 침투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선전은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첨병’을 자처하고 있었다.
4만대 넘는 버스·택시 모두 전기 구동, ‘전기차 첨병’된 선전
선전은 ‘전동(電動)’ 도시다. 전기차 뿐만 아니라 전동스쿠터·전기자전거 등 전기로 구동하는 ‘탈 것’이 도시를 뒤덮었다. 대중교통에 이용되는 버스와 택시는 2018년께 모두 전기 구동으로 바뀌었다. 현재 선전을 누비는 전기버스는 1만9000대, 전기 택시는 2만4000대 이상이다. 상용차 30만대 중 8만대 가량도 전기차다. 선전 내 개인용 전기차는 2020년 25만대 수준에서 2025년 75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등록 차량 대수가 353만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등록대수 중 전기차 비율(전기 버스·택시·상용차 포함)은 10%를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규 전기차 침투율(2021년 기준)은 전체 신규 차량 등록 19만4000대가 늘어날때 7만6000대가 늘어나 39% 수준이었다. 중국 신규 전기차 침투율은 평균 30% 안팎으로 선전은 가장 침투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다.(중국자동차공학회 2022)
실제 선전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전기차 침투율은 더욱 높았다. 엔진 소리 등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 전기차 때문에 뒤로 차가 왔는지 느끼지 못했다. 전동스쿠터 등 소형 퍼스널 모빌리티들이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면서 기자와도 몇차례 부딪힐 뻔했다. 이같은 교통 분위기 때문에 상향등을 켜거나 경적을 시시때때로 울리는 ‘난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IT·전자제품 도·소매 판매장이 밀집한 화창베이 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배달 라이더들이 쓰는 모빌리티까지 전부 전기로 구동돼 공해·소음은 적다”면서도 “조용히 달리는 오토바이에 익숙해진 선전인들은 괜찮지만 외국인들은 길가에 나오면 늘 주의를 살펴야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충전 인프라도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선전에는 5000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이들 충전소에는 충전기 8만3000개가 갖춰져 있는데 이중 3만개는 고속 충전기, 5만3000개 가량은 저속 충전기다. 공공영역에 대한 투자가 우선 이뤄진 탓에 고속충전기는 대부분 버스와 택시 충전용이다. 6만개 가량은 개인 전기차용으로 아파트와 오피스·상가 건물 주차장에 설치했다. 김태용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선전무역관 차장은 “선전 내 전기차·전동모빌리티 충전 시설이 실핏줄처럼 곳곳에 연결돼 있다”며 “전동스쿠터·전기자전거 등은 거주지 인근 곳곳에 설치된 무료 충전소에서도 충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내 전기 충전소는 201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국유기업이 운영했으나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2014년부터 ‘트라이��’, ‘싱싱총��’ 같은 민간 전기차 충전소 업체들이 등장했다. 중국 상위 10개 민간기업이 전체의 90%가량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전기차 충전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BYD·CATL 모빌리티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자생력 키운 중앙 정부·선전
선전은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정부·도시·기업이 함께 전기차 생태계를 확장해나갔다. 현재는 폐지됐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전기자동차 한 대당 보조금은 10만 위안(약1927만원)에 이르렀다. 선전은 이에 더해 시 자체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해 대중교통 영역에 과감한 전기차 투자를 했다. 전기버스 한 대당 50만 위안(약 9636만원), 전기택시 한 대당 13만 6000위안(약 2621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구매자가 아니라 전기차 생산 업체가 지급받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 업체가 자사의 전기차 판매량을 각 지방정부에 보고해 보조금을 신청하면 정부가 전문가 심사를 거쳐 보조금을 집행하는 것이다. 보조금을 반영해 판매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도 일부 혜택이 돌아갔다. 이같은 보조금 정책은 특히 BYD·CATL과 같은 모빌리티 기업들이 양적 성장과 함께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1선도시’인 선전에서 차량 번호판을 획득하기 위해서도 전기차가 유리하다. 중국은 인구, 집값, 발전 수준으로 1~5선 도시를 구분한다. 교통 체증이 심한 1선도시에서는 내연기관차량의 번호판을 제한해 배급한다. 추첨을 통해 번호판을 받는데 몇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매를 통해 번호판을 사기도 한다. 선전의 경우, 번호판 하나당 가격이 5만~6만위안(약 963만~1156만원)을 호가한다. 반면 전기차 구매자는 신청만 하면 번호판이 나온다. 중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도시가 1선도시인 상하이·베이징·선전·광저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선전시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시범구’로 지정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통제 등을 적당히 배합한 중국식 성장모델의 모범도시로 선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는 중국 현대화 모범도시, 2050년까지 세계적인 혁신도시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모빌리티(BYD)·드론(DJI)·로봇(두봇) 등 제조분야에서부터 AI(센스타임)·플랫폼(텐센트) 등 소프트웨어까지 중국 기술 혁신을 이끄는 기업들의 헤드쿼터(본사)가 선전에 있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