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에 순수 전기차만 연간 364만 대를 생산해 ‘글로벌 톱3’ 전기차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경기 화성시와 광명시, 울산 등의 국내 생산기지에서 전기차 생산 물량의 40% 이상을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11일 경기 화성시 오토랜드에서 기아의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이 공장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8년간 국내 전기차 분야에만 2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그룹은 밝혔다. 기아 화성 공장, 연내 기공 예정인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등이 대상이다. 경기 광명시에서도 기존 기아 공장을 전기차 전용으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내연기관 생산 라인의 전기차 설비 전환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착공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공식에서 “연구개발(R&D), 세제 지원 등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 능력을 지금의 5배로 높여 우리나라를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세계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도 원팀으로 뛰겠다”고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30년에 전 세계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만 각각 185만 대, 179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684만5000여 대로 글로벌 3위에 올랐다. 이 중 전기차는 37만 대로 세계 7위였다. 2030년에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3위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차종도 2030년까지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31종으로 늘려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힐 예정이다. 우선 2025년에는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고, 뒤이어 차급별로 다양한 전용 플랫폼들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국내 전기차 생산 기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발돋움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화성, 광명, 울산 등의 국내 공장에서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연간 생산 물량의 41.5%에 달하는 151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중 92만 대는 수출용으로 소화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생산 전기차는 승용과 상용을 합쳐 약 35만 대였다. 2030년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가 175만 대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착공한 기아의 화성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29년 만에 국내에 새로 짓는 완성차 제조 공장이다. 1994년 현대차 아산공장을 기공한 후 현대차그룹은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만 신규 공장을 세웠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 기지를 마련한 것이었지만, 해외 공장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여 왔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도 해외 여러 국가에서 풍부한 전기 배터리 원료 매장량이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앞세워 현대차그룹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화성 PBV 공장은 약 10만 ㎡(약 3만 평) 부지에 1조 원 규모가 투입된다. 1차적으로 연간 10만 대 생산 규모로 짓고, 시장 상황에 따라 15만 대 규모까지 증설에 나설 방침이다. PBV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 제작형으로 만들어지는 차량을 의미한다. 프로젝트명 SW라 불리는 PBV 전기차를 2025년에 양산하기 시작한 이후 ‘이동식 사무실’ ‘이동식 매장’ ‘신선식품 배송차’ 등으로 활용 가능한 다양한 크기의 PBV를 내놓을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된 ‘6대 첨단산업 전략’ 가운데 자동차 부문 전략 이행을 위한 첫 국내 투자”라고 설명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