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다시 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과제가 있다.
10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분기 2조663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기아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2조1655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38.1%, 34.8% 증가한 수치다.
나아가 최근 증권사들은 양사의 실적 전망치를 더욱 상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들은 지난 5~10일 현대차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고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을 3조~3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망치를 16% 가량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것이다. 기아의 최근 영업익 전망치도 기존 대비 10% 가량 높은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실적 호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예상을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한 102만여대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기아는 12% 늘어난 77만여대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그간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높아진 대기수요가 판매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낮아질대로 낮아진 딜러 인센티브 상승 우려도 있으나, 고부가가치 SUV 판매 비중을 높여가며 수익성 방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세가 1년 내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20조원 초중반대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지난해 합산 영업익이 17조원(현대차 9조8000억원, 기아 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세타2 GDI 엔진 품질비용 3조원이 포함됐음에도 최고 기록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가 사상 처음으로 상장사 영업익 1·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작년 1분기에만 14조원의 영업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엔 반도체 불황으로 6000억원 수준으로 96%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HMM도 해운 가격 정상화로 전년동기대비 80~90% 감소한 5000억~6000억원대 영업익이 예상된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승자’가 될 지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
우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 중국에서 부진이다. 2010년초 10%를 돌파했던 양사의 중국 점유율은 지난해 1%대로 추락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기아는 지난달 20일 중국에서 ‘EV데이’를 열고 올해EV9·EV5·EV6 등 전용 전기차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V5는 중국 현지 생산이 결정됐다. 그럼에도 테슬라·GM·폭스바겐 등 경쟁기업들이 이미 2~3년 전부터 중국 전기차 사업을 강화한 것에 비하면 늦었다는 비판이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술 경쟁력도 지켜볼 일이다. 지난 1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순위에서 현대차그룹은 12개 그룹 가운데 최하위를 받았다. 대체로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는 출시를 앞둔 G90·EV9을 통해 자율주행 레벨3에 해당하는 HDP(Highway Driving Pilot) 기술을 탑재하는 만큼, 미래차 기술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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