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같은 기본기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세계 최고입니다” 정우성 스타일 포르쉐 외관 디자이너는 4일 오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기본기를 갖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히딩크 전(前)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체력 같은 기본기를 강조했던 것처럼, 좋은 디자이너의 조건은 기본기입니다”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자동차디자인협회 소개 글을 보면 세계 각국 자동차 회사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한국인이 약 1400명에 이른다. 자동차 디자이너의 국적을 따진다면 세계 3위에 해당한다고 협회는 보고 있다. 전기차 등 미래차 디자인에서 활약하거나, 한국 회사로 돌아와 국내 자동차 디자인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국내는 물론 수입차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많다. 한국인 최초로 마세라티 외장을 맡은 민병윤 디자이너는 2021년 프랑스 국제자동차페스티벌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퍼카’로 선정된 MC20 디자인에 참여했다. 16년 만에 완전히 바뀐 모습을 올 하반기 고객에서 선보일 예정인 쿠페형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 디자인도 맡았다.
한국인 최초 볼보자동차 디자이너 이정현씨는 국내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며 스웨덴에서 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10년 볼보에 입사했다. 전공인 기계공학 지식을 살려 기능과 디자인 사이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17년 2세대 XC60의 메인 디자인을 맡았다. 당시 이 차량은 역동적이면서 안정감 있는 비율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디자인 분야에서도 한국 디자이너들이 돋보인다. 내년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 개발에 두 명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외관 디자인에 길보빈, 컬러와 트림은 김미소 디자이너가 맡았다.
수입차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한국 기업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하는 이상엽 전무는 GM에서 쉐보레 콜벳과 카마로를 디자인했으며 벤틀리 최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벤테이가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현대차에 영입된 후 그는 아이오닉6, 코나, N 비전 74 콘셉트 카 등을 공개하며 현대차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규 기아 디자인이노베이션 실장은 BMW 외장 디자이너로 활약했었다. 현재 그는 기아에서 선행 디자인 전략과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수립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손길을 거친 모델은 BMW 5시리즈 LCI(Life cycle impulse), 콘셉트4 시리즈 쿠페 등이 있다.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 미래 인재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스웨덴 전기차 업체 폴스타 디자인 공모전에서 한국인 참가자 2명이 최종 결선 후보에 올랐다. 영국에서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승완씨와 미국에서 모빌리티 디자인을 전공한 이창하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종 수상 디자인은 실물 모델로 제작돼 4월 열리는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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