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BYD)에 뺏긴 전기차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할 수 있을까.”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1분기 역대 최대 판매량을 보였지만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과감하게 꺼낸 가격 인하 정책에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업계에선 테슬라 입지가 한결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 1분기(1~3월) 차량 인도량은 42만2875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6% 늘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는 4%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장 예상 판매 대수는 43만2000대였다.
테슬라는 금리 인상으로 차량 수요가 줄어들자 지난해 10월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1월에는 북미 시장에서 모델 3과 모델 Y 차량 가격을 최대 20% 내려 전기차 세액공제(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받게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모델 3·Y에 한해 최대 900만원 추가 할인 행사를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테슬라의 이런 가격 인하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카드는 아니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 살 깎아먹기”라며 “초기에는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지만 지금은 부담을 감수하며 너도나도 가격을 내리는 상황이어서 테슬라 수중에 남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오랫동안 선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이 경쟁사의 전기차 수준도 빠르게 올라왔다”며 “경쟁사 전기차가 성능도 좋고 가격까지 저렴하면 테슬라를 선택하려는 소비자는 점점 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향후 테슬라의 수익성이나 점유율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에 최근 완성차업체는 앞다퉈 저가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소형 전기 해치백 ID.2 올을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하에 내놓겠다고 밝혔고, 제너럴모터스(GM)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퀴녹스EV를 3만달러(약 3942만원)에 선보일 예정이다.
테슬라를 밀어내고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른 비야디도 올 초 가격 인하에 나섰다. 국내에서 기아는 3000만원대 소형 전기 SUV를 ‘EV3’라는 이름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를 전기차 보조금 포함해 3000만원대 가격으로 책정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전문업체 SNE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2023년 1~2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55.5%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을 모두 갖춘 비야디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NE리서치가 집계한 테슬라의 올해 1~2월 전기차 인도량은 22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14.6%다. 반면 같은 기간 비야디는 35만2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93.7%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8.2%포인트 상승한 23.3%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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