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1분기(1∼3월) 기준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데도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이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까지 포함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19만8218대를, 기아는 21.8% 늘어난 18만4136대를 팔았다. 두 회사 판매량을 합치면 38만2354대다. 현대차와 기아 각각의 개별 실적과 두 회사의 합산 실적 모두 역대 1분기 중 최대다.
3월 한 달만 보더라도 현대차가 8만1060대, 기아가 7만1294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7%, 19.8% 늘었다. 양 사 판매량을 더한 수치는 15만2354대로 전년 대비 23.4% 늘었다. 1분기처럼 3월 기준으로도 개별 판매량과 양 사 합산 수치 모두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그룹은 이로써 스텔란티스(37만427대)를 제치고 미국 시장 4위에 오르게 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59만9187대, 일본 도요타가 46만9557대로 각각 집계된 상태다. 아직 3월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국 포드는 도요타와 2위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질주는 현대차 투싼(4만6170대)과 기아 스포티지(3만1684대)가 이끌었다. 모두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두 회사의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5만63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1% 늘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4만160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2% 늘어난 반면에 전기차는 오히려 6.5% 감소한 1만4703대에 머물렀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완성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이 제공되는 IRA 영향을 받고 있어서로 분석된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은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 중인 서울모빌리티쇼(옛 서울모터쇼)를 관람하던 도중 ‘미국 시장 성적표’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IRA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녹록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 미국에서 IRA의 세부 지침이 발표된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 회장이 서울모빌리티쇼를 방문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면바지에 니트 차림으로 전시장을 1시간 30분가량 둘러봤다. 정 회장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 모형과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 등 로봇 전시 부스에 특히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