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3월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던 연구직 임금 체계 개편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노사는 TF를 꾸리고 임금 체계 개편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호봉제 폐지를 두고 노사가 대립하면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28일 ‘연구직 임금 체계 개선 노사 TF’ 최종 협의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협상을 마쳤다. TF 출범 당시 노사는 올해 3월까지 가시적인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협상에서 사측은 연구직 사원·대리 직급의 호봉제 폐지를 주장했으나 노조는 호봉제 폐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사측은 우수 소프트웨어(SW)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저연차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선 호봉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업 시장에서 고연봉을 제시하며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IT·전자업계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노조는 호봉제의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본다. 자체 설문조사와 SK하이닉스, 네이버 노동조합 방문 등 다각도로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득실을 따져본 결과다. 호봉제 폐지는 곧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다는 의미인데, 경쟁의 기준이 되는 사측의 인사평가 제도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졸 초임 인상, 대리 진급률 향상, 연구 수당의 현실화 등 호봉제 내에서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봉제 폐지가 곧 연봉제 도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에 비례해 연봉을 제시하는 연봉제가 있고, 직무 능력 또는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직능급제, 직무나 업무의 난이도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직무급제도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 체계 개편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방안은 노동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의 호봉제 폐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5년 정몽구 회장 시절 현대차는 호봉제 폐지를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최근까지도 노조는 호봉제 개선·호간 금액 인상 등 호봉제를 강화하길 요구하고 있다.
2021년 현대차는 성과가 뛰어난 연구·사무직군에 1인당 500만원의 특별 포상금을 지급하는 ‘탤런트 리워드’를 도입했다. 하지만 노조가 차등 성과급에 반발하자 현대차는 이듬해 전 직원에게 400만원을 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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