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은 이동경험을 혁신하고 기아의 브랜드 가치를 한 차원 끌어올릴 모델이다.”
기아는 오는 2분기 출시할 3열 대형 전기SUV ‘EV9’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고 차량 특장점을 소개하는 시간을 지난 28일 가졌다.
국내 최초이자 해외 완성차기업에서도 찾기 힘든 대형 전기SUV를 기아가 선제적으로 내놓는 모델인 만큼, 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은 물론 구매·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새로운 방식이 대거 도입됐다.
EV9 전면부는 기아 시그니처 디자인인 ‘호랑이 얼굴(타이거 페이스)’을 전기차에 맞게 재해석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적용했다. 전기차에 필요없는 그릴을 과감히 없앤 대신, 양옆에 차체를 뚫고 나온듯한 조명(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을 수직형 주간주행등(DRL)과 나란히 배치했다.
이 라이팅 그릴은 추가 구매를 통해 다양한 패턴을 연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전자와 교감을 중시하는 기아의 감성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
카림 하비브 기아 글로벌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디자이너가 봤을 때 탑승자의 기분이나 주행 모드에 따라 개인맞춤화할 수 있다는 게 재밌다”며 “패턴은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V9은 일반 모델(2WD·4WD), 디자인 모델인 GT라인(4WD), 고성능 GT 등 4가지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GT를 제외한 나머지 3가지 모델 제원이 공개됐다.
일반 모델이 전장 5010mm, 전폭 1980mm, 전고 1755mm(루프랙 기준), 휠베이스 3100mm의 대형SUV다. 전장 4980mm, 휠베이스 2900mm인 현대찿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EV9의 거대한 덩치를 가늠할 수 있다. EV9 GT라인은 전장과 전고만 일반 모델 보다 5mm씩 크다.
이 같이 거대한 덩치에도 4WD 모델에서 선택구매할 수 있는 부스트 옵션을 달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한다.
이는 합산 최대출력 283kW에 달하는 전·후륜 모터와 함께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기술이 더해졌다.
EV9의 공력계수는 0.28cd이다. 본격적인 전기세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형급임에도 준중형SUV인 현대차 아이오닉5, 폭스바겐 ID.4 등과 동급인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EV9 모든 모델에는 99.8kWh 배터리가 장착된다.
조병철 기아 국내상품실장(상무)는 “자세한 주행가능거리 수치는 인증과정을 거쳐야겠지만, 500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아가 공개한 EV9 세계최초 영상에 따르면 유럽인증(WLTP) 기준 주행가능거리는 541km(19인치·2WD) 수준이다.
여기에 15분 만에 약 44%(239km)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 기술이 적용된다고 소개했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350kW급 초급속충전은 25분이 걸린다.
EV9은 자율주행 레벨3 기술에 해당하는 HDP(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를 지원한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 등 일정 조건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최고 시속 80km로 차량 스스로 주행하는 기능이다.
당장은 아니다. 우선은 운전대를 항상 잡아야 하는 HDA2(하이웨이 드라이빙 어시스트2)를 적용한다. HDP는 안전검증을 더 진행한 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조 국내상품실장은 “HDP가 HDA2와 차이점은 여러가지 센서·라이다를 추가했다는 것”이라며 “컷인(끼어드는) 차량 등 상황에 대한 안전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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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성기사 모아보기 기아 사장은 “EV9에 HDP 기술은 적용되지만, 실제도로 검증을 거쳐 하반기 중에 출시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V9은 휠베이스 3100mm, 전고 1755mm로 내부공간은 카니발급이다. 배터리가 바닥에 평평하게 깔리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만들어 내연기관차 보다 더 효율적인 공간을 뽑아낸다.
실제 3열에 앉아봤을 때 머리공간은 넉넉했고 다리공간은 다른 차량에 비해 편안한 자세가 유지됐다.
2열은 벤치형, 기본형, 릴랙션형, 스위블형 시트를 선택할 수 있다. 스위블 시트의 경우 3열과 마주보도록 180도 회전할 수 있다.
1열로 가면 12.3인치 계기판이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와 12인치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가 차례로 연결된 형태로 배치됐다. 기아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라고 부르는 디자인이다.
현대차 그랜저가 먼저 적용한 운전대 옆, 시동버튼에 달린 전자직 변속레버(SBW)를 적용해 넉넉한 센터 공간도 구현했다.
EV9은 옥수수, 사탕수수, 천연오일 등 식물 기반의 소재와 재활용 플리스틱·폐PET 등을 원료로 한 소재 10가지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시트에는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활용하고, 바닥 매트에는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를 적용했다. 차량 1대당 활용한 PET병은 70개 이상이다.
마릴리아 빌 기아넥스트CMF팀장은 “동물가죽 소재에 대한 축소 요구가 있다”며 “앞으로 바이오 재료 사용 비중을 늘려갈 것이며, EV9은 그 시작”이라고 했다.
EV9은 차량 출고 이후에도 옵션을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된다. 일정 옵션을 일정 기간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구독형 상품을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판매 옵션은 원격스마트주차보조2(RSPA2), 추가 그릴 라이팅 패턴, 영상·음원 콘텐츠 등 3가지다.
현재 개발 검토 단계에 있는 새로운 계기판 디자인 등 다양한 상품들을 추가할 예정이다.
열선·통풍 시트 등 필수 기능에 대한 구독은 기술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만 도입하지 않았다. 해외 완성차기업이 시도했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EV9이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모델로 자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차량 성능에 걸맞는 고객경험을 위해 대고객 서비스도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크게 △EV9 전용 스토어 구축 △신기술 관련 전문 상담원 유성 △가상공간 커스터마이징 등 디지털 경험 강화 등으로 추진된다.
류창승 기아 고객경험본부 전무는 “딜러 시설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해 프리미엄화,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V9 출시가격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인증 등 절차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송호성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과 상품 구성을 통해 많은 고객이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만 했다.
이를 통해 EV9은 보조금 50% 지원 대상인 8500만원 미만에서 책정될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기아는 작년 7월 컨퍼런스콜에서 “EV9는 MSRP(제조사 권장소비자가격) 5만후반~7만달러대 차량”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판매가는 최소 7000만원 후반대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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