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첨단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면서 미래차도 주요 업종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으나 완성차 업계 안팎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이 체감할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같은 선진 시장에서 투자금액을 상당 부분 공제해주는 등 공격적으로 미래차 생산설비 유치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미래차 업종과 관련해선 전기차 생산 규모를 5배로 늘리겠다는 것과 미래차전환특별법(가칭)을 올해 안에 제정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지자체와 협의해 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고 2026년까지 9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안도 담겼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따로 없다. 익명을 원한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전기차 생산설비 투자액에 대해 최대 30%까지 공제해주고 유럽 역시 핵심원자재법·탄소중립산업법 등 친환경차 산업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며 “반면 우리나라에선 투자세액공제가 1%(대기업 기준)에 불과한 등 투자 메리트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법을 만들어 예산이나 행정적 지원을 가능케 하자는 방안도 몇 년째 답보상태다. 미래차 전환 특별법은 4건(여당 1건·야당 3건)이 발의됐으나 별다른 논의조차 없다. 양향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2021년 6월 발의돼 지난달에야 상임위에 상정됐다. 정부와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춘 여당 의원의 발의안도 부품업체나 중소 협력업체를 위한 연구개발에 치중돼 있다. 완성차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있는 조립공장은 대기업이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낮은 데다 이마저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업종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대규모 세액공제가 가능한 것처럼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도 지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수급 등 차량 특성,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행정·제도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GM·르노코리아자동차 등 외국계 완성차 회사가 한국 사업장에서 전기차 생산에 미온적인 것도 비슷한 배경이다. 외국계 회사가 한국에 새로운 설비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지원받기 위해서는 대상 기술을 비롯해 신증설·고용창출 여부 등을 따진다. 현재로선 전기차 설비는 해당되지 않는다. GM이나 르노 본사 차원에서 거액을 들여 한국 사업장에 설비투자할 요인이 부족한 셈이다.
기업이 투자전략을 짜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여건은 적잖이 영향을 끼친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텍사스로 옮긴 것도 법인세·소득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측면이 컸다. 전기차·배터리 기업이 헝가리에 몰린 것도 주변 나라에 비해 법인세가 낮은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세액공제와 별개로 2조원가량의 지원을 주정부로부터 약속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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