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비롯한 생성AI 응용프로그램이 내놓는 결과물을 받아든 이용자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와 대단하다! 정말 무서운 프로그램이다”라는 놀라움과 “별거 없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는 냉소이다.
반응이 갈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대부분이 영어 기반의 LLM(Large Language Model)을 채택했다. LLM은 생성AI의 엔진이 되는 인공지능 모델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어 학습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어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학습 시기이다.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정리와 별도의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 챗GPT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한 상태이다. 이후의 사건을 묻는 질문에는 부정확한 답이 나온다.
마지막으로는 프롬프트(prompt)이다. 프롬프트는 컴퓨터 시스템에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는 메시지이다. 검색 포털로 치면 검색어가 프롬프트인 셈이다. 생성 AI에게는 작업을 하달하는 명령어가 된다.
이 프롬프트에 따라서 생성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천차만별이다. 프롬프트가 정확하고 상세할수록 결과물의 품질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midjourney)에 ‘길 위에 서 있는 소녀’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과 ‘간판이 가득한 바쁜 거리 위에 검정 정장을 서 있는 여성. 생동감 있는 만화 그림체로, 뒷배경은 상세하고 도시의 활기를 담아서’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간단한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의 결과물, 상세한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의 결과물(왼쪽부터)/사진=이재원 기자 |
챗GPT와 같은 대화형 생성AI 프로그램에서는 인공지능에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일종의 프롬프트 기술이다. 비서, 기획자, 개발자, 기자, 선생님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 “~처럼 행동해”(Act As)라고 딱 다섯 글자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챗GPT에 ‘프러덕트 매니저'(PM) 역할을 부여해 2030 구독자들을 위한 신규 서비스 ‘The Edit’을 개발하기도 했다. “PM처럼 일해봐”(Act as PM of FinancialTimes)라는 명령을 받은 챗GPT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서비스 기획안을 작성하고, 5지 선다형의 설문조사 문항까지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이처럼 프롬프트가 중요해지다 보니 이를 사고파는 경우도 생긴다. 프롬프트 거래 전문 사이트 ‘프롬프트베이스’에서는 챗GPT, 달리 같은 생성AI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를 건당 2~7달러 선에서 거래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긴다. 복잡한 프롬프트를 간단한 검색어로 만들어 주는 일을 한다. 이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가 더 풍성하고 정확한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관련된 프롬프트를 미리 준비해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마케터가 “30대 남성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의류 쇼핑몰 홍보 문구를 만들어줘”라고 생성 AI에 입력한다고 가정해보자.
생성AI에 ’30대 남성, 의류’라는 단어가 접수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재킷’, ‘슬랙스’, ‘로퍼’와 같은 단어들이 자동으로 이용자의 프롬프트에 추가되면서 더 풍부한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이처럼 프롬프트를 잘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몸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구글이 5000억원을 투자한 AI스타트업 앤스로픽은 프롬프트 엔지니어 구인 공고를 내며 연봉 33만5000달러(약 4억3600만)를 내걸었다. AI와 대화만 잘 해도 4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 챗GPT와 프롬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으시면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티타임즈TV’에 오시면 더 많은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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