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빛을 이용해 통신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LED조명과 ICT(정보통신기술)이 더해져 ‘빛으로 양방향 정보교환’이 가능한 기술을 ETRI가 개발했다/사진=ETRI |
앞으로는 인터넷 접속을 위해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곳을 찾아 헤매는 일은 없어질지 모른다. 전등, 가로등 등 조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빵빵하게’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빛을 이용한 근거리 무선 네트워크 기술인 ‘라이파이'(Li-Fi)다. 라이파이는 빛(Light)과 와이파이의 합성어다. 최근 미군까지 라이파이를 주목하면서 업계는 라이파이 상용화 시기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기존의 근거리 무선 네트워크 기술인 와이파이(Wi-Fi)는 1997년 처음 선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1997년 첫 와이파이의 최대 스루풋( 단위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능력)은 2Mbps였지만, 1999년 54Mbps, 2009년 600Mbps, 2013년 6.8Gbps 등 빠르게 성능이 향상됐다. 2024년 예정된 새로운 표준은 46.1Gbps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지닌다. 통신 분야 컨설팅 기업 텔레콤 어드바이저리에 따르면 와이파이의 경제적 가치는 2025년 4조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널리 사용되고 점차 기술 발전을 이루고 있는 와이파이임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전파를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다 보니 제한된 주파수 밖에 이용할 수 없어 전송 속도와 데이터양, 동시 이용자 수를 대폭 늘리는 데 제약이 있다. 또 전파는 감청 등에 취약해 보안상 약점도 있다. 반면 라이파이는 빛을 이용하는 만큼 와이파이의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파이, 빛으로 전파 한계 극복
라이파이는 2011년 해럴드 하스 에든버러 대학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교수가 처음으로 용어를 사용했다. LED 등의 빛은 사람의 눈으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1초에도 수백 번 깜빡인다. 이를 이용해 0과 1로 표시되는 디지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라이파이는 빛을 이용하는 만큼 와이파이의 단점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빛은 기존 전파를 통한 무선통신 보다 약 1만 배 이상 넓은 주파수 영역을 사용할 수 있다. 넓은 주파수를 영역대 활용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더 빠른 속도로 전송 가능하다. 라이파이의 전송 속도는 이론상 와이파이보다 100배 빠르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다.
또 네트워크 환경 구축과 사용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에 데이터 통신을 위한 칩만 부착하면 돼 공유기와 같은 별도의 네트워크 장비를 마련할 필요가 없다. 하스 교수는 “우리가 할 일은 단지 잠재적 조명 장치에 작은 마이크로칩을 장착하는 것으로, 미래에는 140억 개의 전구가 있을 뿐 아니라 보다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140억 개의 라이파이가 배치될 것”이라며 라이파이의 편의성을 설명했다.
퓨어라이파이의 라이파이 장비 ‘카이트핀’/사진=퓨어라이파이 |
빛을 이용하는 만큼 감청의 위험이 없고, 불순한 접근에 대해서도 빛만 차단하면 통신 자체가 차단되기 때문에 보안을 강화하기도 싶다. 또 빛을 이용하기에 전자기파에 예민한 의료 기기 등을 사용하는 곳에서도 보다 안전하게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빛을 이용한다는 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굴곡 지거나 가려진 공간 등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네트워크 연결이 끊긴다. 빛이 도달 가능한 곳에만 네트워크가 연결되기 때문에 원거리 통신망 구축은 어렵다. 늘 빛이 있어야 해 조명을 끈 상태에서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 IoT…디지털 시대에 더 주목
장점이 큰 만큼 라이파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계속된다. 라이파이 기술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영국의 퓨어라이파이는 2019년 싱가포르의 투자 기관 테마섹을 비롯해 스코틀랜드 투자은행으로부터 1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2021년에는 미 육군과 420만 달러 규모의 라이파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각종 군 장비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통신 업계에서는 과거 인터넷, GPS, 드론 등 군사용으로 사용된 기술이 민간으로 넘어와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처럼 미군에서의 사용이 라이파이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퓨어라이파이 외에도 VLN컴. 제로원, 라이트비, LIFX 등의 기업이 라이파이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며, GE, 파나소닉 등의 대기업도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컨설팅 기업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3년이면 라이파이 시장이 7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효자로입구 정류소에서 ‘청와대 자율주행버스’가 정차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영되는 ‘청와대 자율주행버스’는 경복궁역(효자로입구)·국립고궁박물관(영추문)·청와대·춘추문·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등 5개 정류소에서 탈 수 있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인 낮 12시~오후 1시와 토요일·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요금은 무료. 2022.1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업계에서는 디지털 시대가 된 만큼 라이파이가 더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의 제한된 주파수로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자율주행차, IoT(사물인터넷) 등의 사용 일상화로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디바이스 수가 급증하면 필요한 무선 주파수 스펙트럼이 부족한 ‘스펙트럼 크런치’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 라이파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IoT 시장 분석 기업 IoT어낼리틱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oT에 접속한 디바이스는 144억 개에 이른다.
연구 커뮤니티 리서치게이트는 라이파이와 와이파이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라이파이가 와이파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형태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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