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올해 최대 흑자 수출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네 달 연속 무역수지 1위 품목 자리를 지킨데 이어 이달 수출도 작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연간 기준으로 최다 흑자 품목이 된다면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무역수지 1위에 오른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에 의존해 한바퀴로 굴러가는 외발자전거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도 한국경제를 굴리는 바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미래 한국경제가 반도체와 자동차란 두바퀴를 달고 좀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1위 수출품목(MTI 3단위 기준)은 자동차였다. 한 달간 50억달러치 정도를 수출하고 14억달러치만큼 수입해 36억달러 흑자를 봤다. 부진한 업황 탓에 수출규모가 쪼그라든 반도체(8억5700만달러)는 물론 2위 석유제품(21억9400만달러)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자동차 교역에서 흑자 규모는 37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던 2013년 1월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다. 또 수출액으로는 역대 1월 가운데 사상최고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주력 품목이 부진하면서 수출 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자동차는 해외 판매를 꾸준히 늘리면서 외화벌이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27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를 보면, 자동차는 월간 기준 무역수지에서 지난해 10월 전체 품목 가운데 1위에 오른 후 지난달까지 네 달 연속 선두에 있다. 그간 우리나라 수출은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컸는데, 하반기 들어 수요둔화 조짐이 완연해지면서 자동차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자동차 수출은 꾸준히 오름세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품수급이 어려워 생산차질을 빚었고 그로 인해 내수·수출 수요 모두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다 점차 부품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국내외 판매량이 늘고 있다. 원화가치가 낮아지면서 주요 완성차 기업도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힘을 주는 경향이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같은 차를 팔더라도 원화보다는 달러로 받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열흘 단위 수출통계를 보면 이달 1~20일 승용차 수출은 33억5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7% 증가했다.
자동차는 반도체·석유제품·선박 등과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자치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업황 사이클 등에 따라 무역수지 순위는 가끔 바뀐 적이 있으나 수출 규모로는 2013년 이후 반도체가 10년 연속 1위였다. 반도체는 수출이 많긴 하나 수입하는 물량도 많아 무역수지 산정에 다소 불리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 1위는 반도체였다.
올해 들어선 다소 변화가 감지된다. 흑자 1위를 자동차에 내어준 건 물론 수출금액 격차도 많이 줄었다. 지난달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액 차이는 10억달러 정도로 좁혀졌다. 통상 반도체 업황이 호조인 시기 수출액은 자동차보다 2~3배, 금액으로는 수십억달러 많은 적도 종종 있었다. 올해 들어선 아직 수출 규모로는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무역수지는 선박·디스플레이 등에 뒤처진 8위(8억5700만달러)로 내려앉았다.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 건 미국향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자동차의 40%가량을 가져간다. 국내 최대 완성차기업 현대차·기아가 미국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현지 공장 생산분만으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국내에서 많이 보낸다. 특히 최근 현지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빠르게 늘고있는 점이 수출확대를 이끈다.
아이오닉5·EV6 등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르의 경우 아직 대다수가 한국 공장(울산·화성 등)에서 만들어 현지 수요를 충당한다. 여기에 과거 부침을 겪은 한국GM·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북미·유럽 등 각자의 주력시장에 수출물량을 점차 늘리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 물가·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조짐이 있으나 올 하반기까지는 전반적으로 신차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그간 누적된 대기수요가 상당한 데다 친환경차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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