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대형 전기SUV들이 올해부터 줄지어 출시된다. 기아 EV9을 비롯해 캐딜락 리릭, 볼보 EX90, 현대차 아이오닉7 등이 출격을 예고하면서 ‘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17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상반기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모드’를 탑재한 EV9을 국내에 선보인다. 기아 오토모드는 기존 고속도로주행보조(HDA) 수준을 넘어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없는 ‘HDP(제한속도 80km/h)’ 기능이 핵심이다. 기아의 양산차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토모드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위해 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최적화, 자율 차선변경,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연동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을 지원한다. 기아는 2026년까지 한국을 비롯해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신차의 100%, 전체 차량의 80% 이상에 오토모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는 앞서 지난 2021년 11월 LA 오토쇼에 참가해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인 ‘더 기아 콘셉트 EV9’를 공개했다. 콘셉트카 공개 이후 2년 만에 양산되는 EV9은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기아의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EV9은 1회 충전 시 최대주행거리 약 540km, 6분 충전으로 100km 주행, 제로백 5초 등 전기차로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선 EV9의 자율주행 실력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GM도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캐딜락의 대형 전기SUV ‘리릭’의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캐딜락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리릭은 앞서 출시된 북미시장에서 ‘올해의 SUV’ 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업계는 국내에 판매되는 리릭에 GM의 자율주행 시스템인 ‘슈퍼크루즈’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간 북미와 달리 국내에선 제반 여건의 문제로 쉐보레‧캐딜락 모두 슈퍼크루즈 기능이 빠진 채 판매돼 왔다.
GM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GM의 슈퍼크루즈 시스템은 2016년 캐딜락 CT6에 처음 적용됐고, 2020년부터는 차선변경 기능이 더해져 레벨3 수준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볼보코리아가 대형 전기SUV ‘EX90’을 국내시장에 선보인다. EX90은 8개의 카메라, 5개의 레이더, 16개의 초음파 및 라이다 센서를 통해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볼보 EX90에는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루미나의 ‘아이리스 라이다’가 탑재됐다. 아이리스 라이다는 어두운 밤에도 최대 250m 거리를 측정하고 반경 120m의 작은 물체를 감지할 정도로 높은 탐지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통상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기준에 따라 레벨이 구분된다. 최근 신차들은 대부분 레벨1~2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는데, 장거리 운전 시 운전자의 피로감을 줄여주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기아 EV6, 현대차 아이오닉5‧6, 제네시스 GV60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전기차들도 ‘HDA2’를 통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HDA2는 경고 이후에도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기능이 해제되는 레벨2 수준이다.
반면 자율주행 레벨3는 주행을 제어하는 주체가 운전자가 아닌 시스템이다. 고속도로 등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운전대를 잡고, 주행 중 사고도 책임지는 방식이다. ‘오토파일럿’으로 잘 알려진 테슬라도 레벨3 인증은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자율주행 분야 전문가인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올해부터 자율주행 전용 프로세서와 라이다 센서가 대량 양산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안정화될 것”이라며 “2025년부터는 고속도로에서 도심으로의 자율주행 패러다임 변화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