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완성차 2위 포드와 손잡았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도입 등으로 중국을 견제해 온 미국 정부의 정책에 반사이익을 누리던 국내 배터리사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포드는 이달초 미국 미시간주에서 35억달러(약 4조44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공장 계획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신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연간 35GWh 규모로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배터리셀은 CATL으로부터 공급받는다. 다만 합작이 아닌 포드가 100% 지분을 갖는 형태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기업의 북미 진출을 가로막자 이를 우회하기 위한 방식으로 보인다. 앞서 CATL은 지난해 멕시코·미국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투자가 지연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37%로 1위 기업이다. 중국 완성차 기업 비중이 높은 다른 중국 배터리 회사와 달리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CATL 배터리는 일부 물량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사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밀도가 낮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완성차기업들이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이전까지 “LFP는 주행가능거리가 중요한 전기차에는 부적합하다”고 단언했으나, 최근에는 “엔트리급 전기차에 채택될 수 있으나 고성능 전기차에는 쓰이기 힘들 것”이라고 톤을 낮췄다.
이번에 포드는 신공장 가동 이전인 당장 올해부터 자사 주요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 머스탱 마하-E에 이어, 내년 F-150 라이트닝에 LFP 배터리 모델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현재 머스탱 마하-E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신공장은 500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계획 ‘포드 플러스’의 핵심”이라며 “LFP 배터리는 수명이 길고 소재가 저렴해 전기차 출고기간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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