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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 전진 5보 후퇴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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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PG 장르는 마이너하다’는 말은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에는 해당하지 않죠. 위기가 있긴 했지만 ‘파이어 엠블렘: 각성’을 기점으로 화려하게 부활, 이후 ‘파이어 엠블렘: if’와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이 3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시리즈 최고 기록을 연이어 갱신했습니다. 꾸준히 신작이 나오는 ‘현역’이라는 점까지 더해 사실상 SRPG 장르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이렇듯 SRPG 마니아라면 ‘파이어 엠블렘’ 신작에 열광할 수 밖에 없죠. 많은 기대 속에서 최신작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가 지난 20일 정식 발매됐습니다. 비주얼은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으며, SRPG의 핵심인 전투 및 캐릭터 육성은 한층 몰입감을 더했기에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할 수 있겠죠.

▲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 대기화면
▲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 대기화면

하지만 스토리를 비롯,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들이 다소 뼈아픕니다. 사람에 따라 ‘아쉽다’ 수준을 넘어 게임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지요. 장단점이 명확하다 못해 극단적으로 갈린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의 첫인상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SRPG는 전투가 핵심, 
장족의 발전 이뤘다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의 주인공은 신룡 ‘뤼에르(변경 가능)’입니다. 1,000년간 수면을 취하다 깼더니 기억나는 것은 자신의 이름 뿐이고, 하필 신룡의 숙적인 ‘사룡’ 솜브르의 부활까지 겹쳤죠.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신룡이 다스리는 성지 뤼토스 주변을 둘러싼 4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며 문장사와 동료를 모아 사룡에 대항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게 됩니다.

▲ 남녀 선택 가능, 이름 변경 가능한 주인공
▲ 남녀 선택 가능, 이름 변경 가능한 주인공
▲ '풍화설월' 벨레스보다 한결 더 맹해 보이는 '인게이지' 여 뤼에르
▲ ‘풍화설월’ 벨레스보다 한결 더 맹해 보이는 ‘인게이지’ 여 뤼에르

“보기 좋은 떡이 맛있어 보인다”는 속담이 있죠.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의 보는 맛은 게임에 흥미를 갖게끔 합니다. 눈에 띄게 발전한 캐릭터 모델링 완성도 포함 전반적인 그래픽 수준이 전작보다 크게 발전했으며, 3D 애니메이션풍 그래픽 기반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만 하다 싶었습니다. 

특히, 전투 연출 부분은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의 ‘보는 맛’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전 발생시 공격과 반격, 혹은 회피 등 행동들의 모션이 전작과 비교했을 때 훨씬 풍부해졌으며, 이러한 모션들의 유기적 연계로 화려하고 박진감 있는 액션 장면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하죠. 특히, 크리티컬 공격은 일러스트 컷인이 삭제된 대신 연출이 대폭 보강됐는데, 맞으면 일격에 사망이라는 느낌을 매우 뚜렷하게 전달합니다.

▲ 전투 연출의 완성도는 크게 향상됐습니다. 특히 크리티컬의 경우 진짜 아파 보여요!
▲ 전투 연출의 완성도는 크게 향상됐습니다. 특히 크리티컬의 경우 진짜 아파 보여요!

다음은 전투 콘텐츠 전반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턴제 SRPG의 전투는 먼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체스나 장기와 유사한데,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면 전장을 꼽을 수 있죠. 항상 동일한 전장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체스, 장기와 달리 턴제 SRPG는 지형지물, 날씨, 낮과 밤 등 여러 환경적 변수가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전장에서 전투가 전개됩니다.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는 전작에 비해 늘어난 전장의 수가 늘었으며, 외전에서는 구작의 것에서 착안한 전장들도 만날 수 있었죠. 환경적 변수도 숲과 모래사장 같은 것 외에도 밀물과 썰물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 것과 두 가지 종류가 섞인 타일 등등 훨씬 다채로워졌죠. 파괴 가능한 오브젝트도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 전장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 비교적 진한색인 모래사장 타일에는 주기적으로 물이 차오릅니다
▲ 비교적 진한색인 모래사장 타일에는 주기적으로 물이 차오릅니다

이번 작품에는 ‘브레이크’ 시스템이 추가됐는데, 상성 우위인 무기로 공격시 상대의 반격을 1턴 동안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캐릭터의 체력이 높지 않아 한 번의 피격도 부담스러운 편인데, 상성 우위인 캐릭터의 선공을 통해 이러한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상대 역시 이러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합니다.

▲ 브레이크에 걸리면 해당 턴 동안 반격을 할 수 없게 됩니다
▲ 브레이크에 걸리면 해당 턴 동안 반격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다음은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의 두드러지는 특징인 문장사 시스템입니다. 시리즈 역대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부터 이전 작품들을 해봤던 오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들 문장사는 캐릭터와의 연동을 통해 인연 레벨에 따라 추가 스킬, 새로운 무기 적성 등을 제공하고 인게이지(합체)하면 특수 무기와 특수기 등도 사용 가능하죠. 직전작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에서 문장이 약간의 버프만 제공했던 것에 비하면, 문장사와 연동한 캐릭터는 ‘슈퍼 솔저’라 할 수 있습니다.

문장사는 캐릭터 육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문장사와 연동을 하지 않은 캐릭터라도, 인연 레벨만 올리면 새로운 무기 적성을 얻게 돼 기존보다 더 다양한 클래스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 문장사 스킬을 캐릭터에게 계승시킬 수도 있죠.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가 이 문장사 시스템으로 인해 한층 더 향상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문장사와 캐릭터의 인연 레벨을 상승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존재하죠
▲ 문장사와 캐릭터의 인연 레벨을 상승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존재하죠
▲ 문장사 스킬을 캐릭터에 계승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 문장사 스킬을 캐릭터에 계승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킬 계승을 위해서는 캐릭터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 포인트를 소모해야 합니다. 문제는 스킬 포인트 수급량이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지요. 그렇기에 실제 체감하게 되는 캐릭터 육성 자유도는 다소 제한적인 편입니다.

스토리와 캐릭터성
뒤로, 뒤로, 뒤로

외형도 훌륭하고 SRPG의 코어 플레이라 할 수 있는 전략적 전투, 캐릭터 육성 등의 완성도도 뛰어난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을 상쇄시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하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빈약한 서사 연출, 그리고 희미한 캐릭터성입니다.

▲ 세계관 설명은 웅장한 분위기에서 이뤄지지만.... 
▲ 세계관 설명은 웅장한 분위기에서 이뤄지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줄거리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만,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의 서사 자체는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소소한 반전은 있지만 갑작스레 출현한 악의 세력에 의해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하고, 이에 맞서는 주인공은 온갖 역경을 뚫고 동료를 모아(개중에는 적이었던 이도 있으며) 세계 평화에 일조하죠. 반전이 있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중 꽤 이른 시점에 눈치를 챌 만한 내용입니다.

물론, 진부한 스토리 자체가 단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서사를 납득시키게끔 할 만한 스토리 연출, 그리고 그 사이의 자연스런 연결이 없다시피 하다는 점입니다. 당장 베어버려도 시원찮을 적을 지척에 두고 말싸움을 하는 것은 ‘예의범절’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전투 파트로 전환시 주인공 일행이 갑자기 ‘역돌격’해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진형을 꾸리고 전투 준비를 하죠. 또 문 잠긴 실내에서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오도가도 못하게 됐는데, 이어지는 전투에서는 야외에서 적에게 쫓깁니다. 이러한 장면이 수시로 반복되는 데다, 캐릭터간 대화 내용 자체도 엉성해 몰입감이 크게 떨어뜨립니다.

▲ 적 코앞까지 다가갔다가
▲ 적 코앞까지 다가갔다가
▲ 다시 밖으로 나와 전투를 준비....
▲ 다시 밖으로 나와 전투를 준비….
▲ 앞뒤 포위됐는데, 다음 장면에선 어떻게 도망쳤는지 야외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 앞뒤 포위됐는데, 다음 장면에선 어떻게 도망쳤는지 야외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전작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역시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루트별 스토리 완성도의 차이가 컸고 수없이 많이 뿌려진 떡밥들을 미처 다 회수하지 못했으며, 개연성의 헛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세계관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각 세력 및 이에 속한 등장인물들의 뚜렷한 특성 및 관계성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벨레스/벨레트로서 각자 자신이 선택한 세력, 등장인물에 자연스레 몰입해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고, 엔딩에 이르러서는 높은 성취감을 만끽하게 되지요.

▲ 전작도 스토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어깨 으쓱, 가슴 웅장케 하는 포인트가 있었죠
▲ 전작도 스토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어깨 으쓱, 가슴 웅장케 하는 포인트가 있었죠

이에 반해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는 앞서 언급한 연출의 빈약함, 유기적 연결의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성 역시 갖추지 못했습니다. 대다수의 등장인물이 메인스토리상 2~3장 정도 스토리 컷신에 등장하다 얼굴 구경하기 힘들어지고, 그나마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것은 세계관상 4개 국가의 리더급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왕족 1~2명 정도죠.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인연 회화는 메인스토리와 연계도 되지 않을 뿐더러, 전쟁통이라는 상황 대비 한없이 가벼운 시트콤 같은 느낌이라 쉽게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 이 근육 바보들의 이야기가 그나마 설득력 있을 지경....
▲ 이 근육 바보들의 이야기가 그나마 설득력 있을 지경….

게임의 엔드 콘텐츠, 시련의 별채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련의 별채를 통해서는 고난이도 PvE 콘텐츠 연전, 협동 PvE인 계전, PvP인 이계의 시련 등을 이용할 수 있는데, 딱히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연전은 연속해서 전투를 치르는 방식인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보상이 너무나 짠 편입니다.

연전과 동일한 종류의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계전은 다른 유저와 릴레이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인데, 매칭이 잡히질 않습니다. 이계의 시련은 만들어진 맵 또는 유저가 직접 제작한 맵에서 다른 이와 공방을 주고 받는 방식인데, 딱히 구미가 당기진 않죠.

▲ 강화재료 얻으려고 하긴 했는데 아무도 이어받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 강화재료 얻으려고 하긴 했는데 아무도 이어받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여기에 스토리가 일직선 진행 방식인데다가 클리어 데이터 인계도 부실해, 기존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엔드 콘텐츠인 회차 플레이마저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고난이도 클리어를 목표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이전 작품보다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게끔 할 동력 자체가 부실합니다.

▲ 진정한 엔드 콘텐츠는 거점 내 액티비티 고점 달성하기일지도
▲ 진정한 엔드 콘텐츠는 거점 내 액티비티 고점 달성하기일지도

첫인상
장점+10, 단점-15
재미와 실망의 교차로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는 장단점, 이전작들에 비해 발전한 부분과 후퇴한 부분이 뚜렷하게 나뉘는 게임입니다. 기존 ‘파이어 엠블렘’ 팬, 그리고 신작 출시에 따라 흥미를 갖고 시도해보고자 하는 게이머는 이러한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어느 부분을 주시하는 게이머인지 말이죠.

개인적으로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의 금사슴반 스토리, 그리고 반장 클로드 이하 금사슴반 캐릭터들을 좋아하고, 캐릭터간 결혼 후일담을 보는 것을 즐겨 약 700시간 정도 플레이했었는데요. 그렇기에 스토리에 몰입하기 어렵고 캐릭터간 인연마저 빈약한 ‘파이어 엠블렘: 인게이지’는 많이 아쉬운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전투의 짜릿함만큼은 게임을 손에 놓지 못하게끔 해, 턴제 전략 전투의 완성도를 보다 중요시 하는 이라면 보다 만족하며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캐릭터를 어떻게 키울지, 그리고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생각은 계속 들게 만들었던!
▲ 캐릭터를 어떻게 키울지, 그리고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생각은 계속 들게 만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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