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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XM3 하이브리드, 서울-제주 1000km 끝장 시승…최종 연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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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행 최적의 모델로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르노 콤팩트 SUV XM3 하이브리드. 도심에서 조금만 신경 써서 운전하면 연비 20km/ℓ는 쉽게 넘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 차는 저속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만 최적화됐을까? 추운 겨울 고속도로나 장거리 주행에는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초장거리 시승에 도전했다.

서울-제주를 왕복하는 동시에 제주에서는 해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최남단 ‘노을해안로’를 달렸다. 전체 코스는 서울-목포를 달려 배편으로 제주에 도착한 뒤, 한라산을 넘어서 제주-서귀포를 관통한 뒤 남서쪽 해안 도로를 한 바퀴 돌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 서울-목포 371km
평일 오후 5시 20분. 기름을 가득 넣은 XM3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종로를 출발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목포 국제여객선 터미널까지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371km,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했다. 

XM3는 르노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순수 국산차로 지난해 약 10만 대를 수출한 효자 모델이다. 그중에서 60%가 하이브리드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르노의 F1 기술 노하우를 가져와 주행 밸런스가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특히 가장 전기차를 닮은 하이브리드 모델로 연료를 적게 쓰면서도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 젊은 층과 여성 등 효율 및 디자인을 중시하는 운전자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모델이다.

차체는 전장 4570mm, 전폭 1820mm, 전고 1570mm, 휠베이스 2720mm 크기이며, 쿠페형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돋보인다. 일반 모델과 차이점은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를 적용하고 하이브리드 전용 웨이브 블루와 일렉트릭 오렌지 색상을 추가한 것이다. 타이어는 17인치로 효율을 중시했다. 후면에 디자인을 위한 가상의 듀얼 테일파이프를 배치해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 넉넉한 2열과 다양한 기능들 
목포 국제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 20분. 약 5시간을 달렸고, 주행거리는 380km였다. 아직 크게 피곤한 느낌은 없다. 목포-제주 배편의 출발시각은 새벽 1시지만, 자동차 선적을 위해 최소한 2시간 먼저 도착해야 한다. 여객선 퀸제누비아호에 무사히 차를 싣고 객실로 향했다.

인테리어는 기존 XM3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트림에 따라 4.2인치, 7인치, 10.2인치 계기판을 제공하고, 인포테인먼트는 기본 7인치에 9.3인치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T맵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는 배터리를 2열 시트 밑에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XM3는 트렁크 아래에 둬 2열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반면 트렁크(용량 487리터) 공간을 약간 손해 봤다. 하지만 필용할 경우 2열 시트를 6대 4로 접어 공간을 확대할 수 있어 걱정은 없다. 이외에 열선 스티어링 휠, 1열 열선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 오토홀드 등 운전을 도와주는 편리한 기능을 갖췄다. 

# 탄탄한 주행 실력 돋보여 
배는 약 4시 30분을 달려 제주항에 도착했다. 배가 워낙 커서 흔들림이 없으니, 멀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객실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배는 어느새 제주항에 도착해 있었다. 하선에는 약 30분가량 소요됐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가솔린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 구성이다. 230V 1.2kW 배터리를 적용했으며, 2개의 전기모터는 구동 모터와 고전압 시동 모터로 나뉜다. 이는 르노 F1 레이싱카와 흡사한 시스템이다. 메인 모터가 차를 끌고 보조 모터는 시동과 충전을 담당한다.  

1.6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86마력을 발휘하는데, 여기에 전기모터의 49마력을 더하면 총 출력은 144마력에 달한다. 

XM3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높은 것은 힘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크기의 엔진은 출력을 허투루 소비하는 법이 없고 기름을 아껴 쓴다. 만약 오르막이나 추월을 위해 더 큰 힘이 필요하다면, 엔진과 전기모터가 수시로 협업해 힘을 낸다.

특히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가 시속 50km/h 이내에서 주로 전기로 주행한다면, 이 차는 2단 e시프터가 작동하면서 1단은 시속 75km까지, 2단은 시속 160km까지 전기 모터로 주행할 수 있다. 그래서 연료 효율이 높고, 특히 도심에서 최적의 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전기모터로 최대 3km를 주행하고, 도심에서 최대 75%를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 또한 전기만으로 달리는 EV모드, 회생제동 원페달 브레이크 등 도심 연비를 높이는 비결이 곳곳에 숨어 있다. 

# 정숙성과 편안함
오전 6시 제주항에 내려 잠깐 휴식 후 제주시 이호테우 해수욕장을 거쳐 바로 옆 알작지 해변으로 이동했다. 알작지에서 확인한 계기판 연비는 17.9km/ℓ. 서울서 목포까지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린 것치고는 연비가 괜찮다. 아직 허리가 아프거나 어깨가 결리지는 않는다. 다만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좀 멍할 뿐이다.

약 400km를 달린 XM3의 주행 느낌은 한마디로 편안하다. 하체가 부드러우면서 지면과 잘 밀착해 달렸다. 덕분에 급커브에서도 좀처럼 쏠림 현상이나 흔들림이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XM3를 시승하기 전에는 후륜 토션빔에 대한 우려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부드럽게 넘었다. 노면 충격도 비교적 잘 흡수하고, 실내 소음도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다. 

르노의 내구성과 정숙성은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여기에 XM3의 우아하고 심플한 디자인은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 가공할 연비
XM3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유럽 기준 21km, 국내 17.4km(17인치 타이어)이다. 국내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박한 수준이다. 하지만 목포-제주 약 1000km를 왕복한 실제 연비는 18.5km/ℓ를 기록했다. 700km 이상을 고속도로를 달린 것치고는 꽤 괜찮은 결과다. 

제주도에서 주행한 약 200km에서는 평균 20km/ℓ를 쉽게 넘겼다. 아무래도 과속하지 않고 경제 속도를 유지하며 느긋하게 달린 결과로 보인다. 주행에서 수시로 전기모터가 개입해 가솔린 엔진이 기름을 태우는 시간을 줄여줬다. 특히 내리막길에서 원페달 브레이크는 빠르게 배터리를 충전해 EV 주행의 효과를 높였다.

제주도를 한 바퀴 주행한 뒤 다시 제주항에 도착했다. 계기판에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약 130km. 항구 앞 주유소를 찾아 “가득 넣어주세요”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조금 들어가는가 싶더니 바로 멈춘다. ‘그래도 8만 원은 들어갔겠지?’ 생각했는데, 직원은 6만 2000원이란다. 이제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는 920km까지 올라갔다. 그렇다면 647km를 달리는데 필요한 기름값은 6만 2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와 싸다!’

이번 시승은 서울-목포-제주-목포-서울 1018km를 달렸고, 계기판 최종 연비는 18.5km/ℓ를 기록했다. 기름값은 어림 계산해 9만 원가량 들었다. 

# 총평 및 가격
서울-제주 초장거리 시승은 애초에 힘들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다. 서울에서 강원도만 다녀와도 몸이 쑤시는데, 1000km가 넘는 길을 운전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XM3는 놀라움을 안겨줬다. 연비가 좋은 것은 당연히 알았지만, 작은 SUV의 운전이 이 정도로 편한 것은 의외였다. 야간 운전으로 눈이 아프고 목이 약간 결린 것 빼고는 몸이 멀쩡했다. 어지간한 중형 SUV보다 편했다.

차량 가격은 RE 3094만 원, 인스파이어 3308만 원, 인스파이어 e시프터 3337만이다. 유럽보다 저렴하다. 

조창현 기자 

더드라이브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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