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떨어질수록 성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주행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26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의 상온(25도)과 저온(영하 7도)에서의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110㎞ 이상 차이 난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6(롱레인지 2WD 기준)은 상온에서 544㎞를 한 번에 가지만, 저온에서 주행가능 거리는 428㎞로 116㎞ 짧다. 기아 니로EV 역시 상온에서는 404㎞지만 저온에서는 101㎞ 짧은 303㎞가 한계다. 테슬라의 모델3 롱레인지의 주행거리는 상온 527.9㎞지만 저온에서 440.1㎞로 90㎞ 줄어든다.
상황이 이런 탓에 한파가 몰아친 이번 설 연휴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터리 충전에 애를 먹은 차주들의 경험담이 잇따랐다. 이들은 “주행가능 거리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심장이 쫄깃했다” “히터 틀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 못 틀겠더라” “충전소마다 밀려 있어 충전 난민이 따로 없었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저하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낮아지면 전해질이 얼어 내부 저항이 커지고 효율이 떨어진다. 날이 추워진 상태에서 배터리 충전 속도는 현저히 느려지고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겨울철 난방 시스템이다. 전기차는 엔진 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 전력으로 히터를 구동하는데, 이 때문에 히터를 틀면 주행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한편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여겨진다. 한국도로공사가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하루 이용 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전기차 충전기는 작년 9월 말 기준 평균 5.6대로 집계됐다. 특히 올 설 연휴 주요 휴게소에서는 전기차 충전에 1대당 30분가량이 소요되는 등 충전 차량 수요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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