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5가 충돌테스트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5. 4. 3. 2. 1. 제로.”
12일 오전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어두운 시험동 사이로 밧줄이 갈수록 빠르게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아이오닉5가 쏜살같이 달려와 귓가를 울리는 굉음을 내며 회색벽 앞에 준비된 파란색 충돌 장벽에 부딪혔다.
차량 앞으로 파편이 튀어올랐고, 이내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오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충돌 직후 남양연구소 직원들이 순식간에 달려와 에어백·안전벨트를 비롯해 문 개폐 여부와 절연저항, 배터리 파손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차량에 노트북을 연결했다. 차량 내 배치된 인체 모형(더미)에 부착된 센서가 사고로 얼마나 큰 피해를 감지했는지 그 데이터를 받는 작업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2열 여성 승객에 가해지는 충격’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충돌평가를 진행했다. 이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IIHS) 충돌 상품성 평가에 신규 추가되는 항목이다. 지난해까지는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만 평가 대상이었다. 이미 IIHS로부터 지난해 최우수 안전등급인 TSP+를 받은 아이오닉5의 안전성을 재검증하기 위해 여성 인체 모형도 추가했다.
아이오닉5는 시속 64㎞로 달려, 목표물인 충돌 장벽에 차량 전면의 40%만 부딪혔다. 충돌 면적이 작을수록 그 부위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진다. 실제로 현장 가까이서 본 사고차량은 전면부 왼쪽이 완전히 파손됐는데, 반파된 차량 앞으로 끊어진 선이 늘어졌다. 전면부 유리는 금이 갔고, 보닛은 찌그러져 하늘 위로 향했다. 워셔액 등의 액체가 바닥을 적시는 가운데 타이어는 바람이 빠졌고 사이드 하단 범퍼도 떨어졌다.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 후 기자들이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
그럼에도 실내는 무사했다. 전륜 타이어의 절반 정도까지만 차량이 파손되면서 더미가 앉아 있는 운전석은 무사했고, 앞좌석·뒷좌석 더미 모두 에어백에 둘러싸였다. 사고시 문이 열리지 않거나 화재 등으로 전기차 안전성 논란이 최근 불거졌지만 이날 현장에서 아이오닉5의 문은 활짝 열렸고, 불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연 평균 650회 치러지는 충돌평가 중 하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2900m²(877평) 크기의 충돌시험장은 100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됐다. 최대 시속 100㎞, 최대 5톤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정면·옵셋(부분 정면),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한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충돌 가상시뮬레이션도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회 이상 돌린다.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 진행하는데 한 번 할 때마다 15시간이 넘게 걸린다. 총 4만5000시간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 비용도 적지 않다.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차량당 약 100억원의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든다.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보통 충돌실험 한 번에 찻값을 제외하고 2500만원이 든다”며 “충돌 장벽은 매번 교체하며, 더미 부품 등도 바꾸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다”고 설명했다. 인체 모형도 한 세트에 15억원에 달하는데, 현대차그룹은 27종 170세트를 보유 중이다.
12일 오전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아이오닉5가 충돌테스트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그룹은 이처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기에 전 세계 안전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IIHS에서 아이오닉5·EV6·GV60 등 전기차를 포함한 총 26개 차량이 우수등급(TSP) 이상을 획득했다.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도 현대차그룹 전용전기차는 모두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특히 전기차에 대해서는 배터리 단품 시험, 하부 충격 시험, 화재 예방을 위한 패키지 구조 검토 등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이날 충돌평가 후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화재는 거의 100㎞ 이상의 속도로 충돌하는 경우 발생한다”며 “다만 100㎞ 충격에도 보완하려면 차량 자체가 구성이 안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른바 내수 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그동안 일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이 달라 국내에서 파는 차량이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영호 차체설계2팀장은 “내수·수출 모두 차체 골격과 구조가 동일하다”며 “과거와 달리 생산 대수와 차종이 많아 한 차종에서 (골격·구조를)구분하는 것이 더 비용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투싼이 잘 팔리는 북미 현지 딜러샵을 가면 한국산·미국산 투싼을 동시에 파는 경우도 있다”며 “자동화 라인에서 전부 일괄 적용하고 있기에 그런 측면에서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백 상무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보다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 후 기자들이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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