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르노코리아. |
글로벌 해운운임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출난이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수출에 필요한 전용선 품귀현상으로 수출을 늘리고 싶어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가 수출을 위해 부산에서 유럽으로 차량을 이동하는 해상 물류비가 지난해 말 기준 전년보다 2배 올랐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운임은 올랐는데 계약 물량은 줄었다. 쌍용차가 올해 국내 한 해운사와 계약한 운임은 지난해에 비해 200~300% 올랐다. 그러나 계약 물량은 지난해 3000~4000대에서 500대로 오히려 줄면서 운송 물량 대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일본 선사를 포함해 다른 소형 선사 여러 곳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해 초 사상 최고치인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최근 1000포인트로 추락한 상황과 배치되는 모습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운운임이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유독 국내 완성차업계만 아직도 물류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환율·고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차 전용선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노후된 전용선 상당수가 올해 퇴역하는데 이를 대체할 선박이 조선업계의 인력난 등을 이유로 아직 건조가 안 됐다”며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비싼 가격에도 선박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완성차업계는 자동차를 수출할 때 전용선을 활용하는데, 컨테이너선보다 공간활용도가 넓은 벌크선에 차량을 실은 뒤 바퀴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컨테이너선보다 비용이 싸고 대량으로 운송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지만 선박을 구할 수가 없게 되자 운임이 가파르게 올랐다. 심지어 쌍용차의 경우 컨테이너선을 활용해 수출에 나서는 상황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컨테이너당 차량을 두 대밖에 담지 못해 비용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르노코리아와 쌍용차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전년보다 27.8% 증가한 16만9641대를 판매했는데, 이중 수출이 11만7020대(63.3%↑)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운임비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 경쟁력 약화로 부산공장의 XM3 수출 물량이 유럽 공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마침내 회생절차를 마무리하며 새 출발에 나선 쌍용차도 지난해 전년보다 34.9% 증가한 총 11만3960대를 판매했다. 특히 수출(4만5294대)이 내수(6만8666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토레스로 수출 시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급등한 운임비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컨테이너선박 지원 등을 통해 선박 확보를 돕고 있지만 보다 유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의 경우 수출화물 터미널 반입 제한이 3일이다. 이를 지키기 위해 항구 밖 수납공간을 대여해 차량을 보관한 뒤, 반입 제한일에 맞춰 급박하게 컨테이너에 차량을 실을 준비에 나서는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 선박 운임이 많이 내렸다고 하지만 부대비용이 워낙 커서 비싼 건 매한가지”라며 “반입 제한일을 7일로 늘리거나 넓은 공간을 확보할 방법을 찾는 등 비용을 절감할 방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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