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기장 잔디
과거부터 논란
국가대표 선수들 한탄
축구선수들에게 중요한 요소들이 많지만, 그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바로 잔디 상태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고 경기장은 전부 잔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기를 하는 날 잔디 상태에 따라 선수 혹은 팀의 경기력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잔디 상태가 좋은 구장을 가보면 선수들이 오롯이 경기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의 기량과 플레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공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바뀌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달리기를 하는데도 불편함을 느끼면서 기본적으로 선수들과 팀이 가지고 있는 100%의 능력치를 발휘하기 힘들다.
중동 원정의 어려움
한국 잔디의 위험성
축구를 시청하는 축구 팬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K리그 경기를 보더라도 잔디가 크게 페이거나 손상되지 않는 이상 TV로는 경기장 잔디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국가대표 예선 원정 경기를 보면 간혹 정말 누가 봐도 말도 안 되게 잔디 상태가 별로인 곳을 볼 수 있다. 과거부터 레바논과 같은 중동 원정 경기장 잔디 상태를 보면 상상 그 이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레바논 원정을 떠난 대표팀은 경기 전날 폭우까지 쏟아진 터라 빌드업 축구를 하는데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 K리그 구장 잔디도 레바논 경기장 급은 아니지만 유럽 구장들처럼 아주 완벽하게 정돈되지도 않았다. 한국 경기장 잔디에 관한 이야기는 과거부터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현재까지도 인천 홈 경기장은 여전히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해 여러 선수들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고 인천뿐만 아니라 아직도 많은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
손흥민과 히딩크도
강조한 잔디의 중요성
국내 축구 경기장 최초로 하이브리드 잔디를 도입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도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잔디 상태를 유지했다. 지난 2017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상암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맞대결에서 최악의 잔디 상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특히 손흥민도 경기 후 잔디 상태에 대해 한탄하며 한국 경기장 잔디 상태가 논란이 됐었다.
축구 경기에서 잔디의 중요성은 지난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부터 알 수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그는 잔디 상태에 대한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하고 누구보다 이를 경기에 적극 활용했다. 우선 잔디 길이를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25~30㎜보다 훨씬 짧은 22㎜로 자르게 하고 경기가 펼쳐지기 전에는 늘 잔디에 물을 뿌려 달라고 축구협회에 요구했다.
잔디를 짧게 하고 습도를 높이면 마찰과 저항이 크게 줄어 볼 스피드가 빨라지게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어 훈련장과 실제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최대한 같게 해 선수들이 잔디 상태에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했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는 상대 팀의 정교한 패스를 거친 잔디로 방해하려는 의미로 물을 뿌리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하며 한국 대표팀 플레이를 유리하게 가져가기도 했다.
기성용과 구자철
잔디 상태에 한숨
K리그로 돌아온 유럽파 출신 구자철과 기성용은 K리그의 잔디 상태에 대해 한탄하기도 했다.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유럽 주요리그 경기장은 잔디 상태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들은 이미 몇십 년 전에 피치 아래에 열선을 설치해 잔디관리를 했으며, 수많은 프리미어리그 클럽 경기장은 최신식 하이브리드 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최적의 잔디 상태를 위해 수억에 달하는 인공 채광기를 수 십 대 사용하고 있다.
비단과 같은 잔디에서 뛰다 K리그로 복귀한 유럽파 선수들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3월 기성용은 인천 원정 경기 직후 “항상 인천 원정을 갈 때면 부상과 경기 걱정을 하게 된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경기장 잔디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 선수들은 부상에 노출되고 경기력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성용은 지난 2020년 인천 원정경기 도중 잔디가 패인 부분에 걸려 넘어져 무릎 부상을 당한적이 있었다.
지난해 제주로 돌아온 구자철 역시 K리그 잔디에 대해 소신 발언을 했다. 그는 “잔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온 것 같다. 경기력에 있어 잔디의 중요도,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까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뛴 리그, 봐온 리그와 비교해서 잔디가 많이 안 좋다. 한두 팀 빼고는 거의 우리나라 프로 리그에 맞는 잔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각도 노력에도
기후와 여러 문제
K리그의 잔디가 과거부터 꾸준하게 문제 되어 왔지만,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실제로 연맹은 삼성물산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리그 23개 팀의 경기장 잔디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유럽의 기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몇몇 구장의 지반 상태와 경기장의 빈번한 사용이 잔디 상태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과 서울은 각각의 방식으로 현재 최고의 잔디 상태를 유지해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구장들이 잔디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고 앞서 성공적인 잔디로 평가받는 사례들을 본받아 타 구장들도 잔디 관리에 공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리그 차원에서 잔디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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