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악재 겹쳤던 완성차업계
내수 부진 해외 판매로 상쇄했다
SUV·전기차 모델 성장세 뚜렷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과 소비 심리 저하, 끝을 모르고 치솟는 금리 등 지난해 자동차 시장은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여러 변곡점을 지났다. 신차 가격이 상승하는 카플레이션과 출고 적체가 더해져 공급자 우위 양상이 형성되는가 하면 할부 금리 인상으로 계약 취소와 재고가 늘어나면서 뜻밖의 할인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국내 완성차 5개 사의 2022년 성적표가 공개되었다. 현대차를 비롯한 5개 업체는 지난해 총 739만 6,674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늘었다. 다만, 판매량 138만 8,476대를 기록한 내수시장은 전년 대비 3.2% 감소했고, 해당 실적 누수는 600만 8,198대를 판매해 4% 성장을 보인 해외 판매량으로 메꿨다. 모델별 판매량에서는
SUV와 전기차의 성적이 두드러졌는데, 각 업체의 실적을 견인한 모델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해보자.글 김현일 기자
전기차 판매량 큰 폭 증가
현대차의 효자는 포터와 그랜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5.2% 감소한 68만 8,884대, 해외에서 2.9% 증가한 325만 5,695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4% 성장한 394만 4,579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와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국내 판매가 다소 감소했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고 주력 차종 및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내수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은 92,411대가 팔린 포터였고, 승용 모델 중에는 67,030대의 판매고를 올린 그랜저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70,372대로 전년 대비 65.8% 증가했고, 제네시스는 G80 47,154대, GV70 29,497대, GV80 23,439대, G90 23,229대 등 총 13만 5,045대가 팔렸다. 현대차는 그나마 그랜저, 아반떼, 쏘나타, G80 등 주력 모델의 활약으로 세단과 SUV가 균형을 맞춘 편인데, 올해는 코나와 싼타페 등 SUV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동반 성장 거둔 기아
베스트셀링 모델은 단연 SUV
기아자동차는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동반 실적 상승을 이뤄낸 유일한 기업이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 54만 1,068대와 해외 236만 2,55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1.1%와 5.4% 성장했다. 내수에서는 쏘렌토가 68,902대 팔리며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1위 모델에 등극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39만 6,674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스포티지가 베스트셀러로 꼽혔다.
이를 토대로 기아의 차종별 실적은 사실상 SUV가 견인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모델은 45만 2,068대의 스포티지였고, 31만 418대의 셀토스와 22만 2,570대의 쏘렌토가 뒤따랐다. 기아는 올해 플래그십 모델인 EV9을 출시하며 SUV 제품군을 보충할 계획이며 PBV 사업 실행체계 구축,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정도면 생산 거점?
XM3가 하드캐리한 르노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5만 2,621대, 수출 시장에서 11만 7,02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8% 증가한 16만 9,641대의 실적을 올렸다. 2021년과 비교하면 내수는 13.9% 감소한 수준이지만 수출은 무려 74.8% 성장했다. 사실상 수출 물량이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셈인데,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운 XM3의 활약이 대단했다.
XM3는 지난 1년 동안 국내에서 19,425대, 해외에서 99,166대가 팔리며 총 118,591대의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는 르노 연 판매량의 7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유럽 시장 출시 이후 각종 매체 호평 속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으며, 르노코리아는 “XM3 E-TECH 하이브리드는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의 해결이 예상되는 올해 본격적인 판매와 더불어 전체 판매량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쌍용, 3년 만에 반등 성공
구원투수는 역시 토레스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쌍용은 국내에서 68,666대, 수출로 45,294대로 총 11만 3,960대를 판매했고 이는 2019년 13만 5,235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판매량이다. 쌍용의 호실적 요인으로는 폭풍처럼 등장한 토레스 흥행과 스테디셀러인 뉴 렉스턴 스포츠&칸의 제품 개선이 꼽혔다.
중형 SUV 토레스는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개월간 22,484대의 실적을 올리며 애초 계획 대비 30% 이상 판매됐고, 코란도와 뉴 렉스턴 스포츠&칸이 활약한 수출 실적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누적 4만 대를 넘어섰다. 쌍용차는 “내수시장에서 토레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해 부품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 토레스의 글로벌 판매 확대 등 해외시장 공략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와 더불어 내수 절벽
라인업 확장하며 성장할까
한국GM 역시 르노와 동일하게 내수 절벽을 경험했지만, 해외 판매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 상승을 거뒀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31.4% 감소한 37,237대를 판매한 반면, 수출 시장에서 24.6% 늘어난 22만 7,638대를 판매하며 11.7% 증가한 총 26만 4,875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내수 시장에서 누적 1만 대 판매를 돌파한 모델은 14,561대의 트레일블레이저와 10,963대의 스파크가 유일한데, 경차 스파크마저 단종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트레일블레이저가 유일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GM은 올해 GMC 브랜드와 쉐보레 트랙스, 각종 전기차를 한국 시장에 출시하여 제품군을 강화할 계획이며 “다양한 차종을 앞세운 차별화된 제품 라인업과 향상된 고객 경험을 기반으로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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