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증가하는 전기차
가중되는 화재 공포
해결책은 없을까?
전기차는 앞으로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대다수 국가에서 2030~2040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및 수소차의 신규 판매만 허락하기로 하는 등 내연기관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누구든 전기차 혹은 수소차만 사야 하는 미래가 확정된 셈이다.
지금도 전기차 보급에 상당한 가속이 붙고 있다. 도로를 살펴보면 시야에 전기차가 한두 대씩은 들어올 것이다. 빠른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관련한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다. 과연 모든 전기차가 화재에 취약할까? 앞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일까? 그 답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 보았다.
가장 흔한 리튬 이온 배터리
장점 많지만 안전성 취약해
지난 2022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며 이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 사고 소식이 잊을 만하면 들려왔는데 몇 건의 전기차 사망사고는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해당 사고들의 공통점은 충돌과 동시에 불길이 차량 전체를 집어삼켰으며 이를 진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사고 즉시 차에서 탈출하지 않는 이상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무서운 현상인데 원인이 무엇일까?
우선 현행 전기차 대부분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가 장점으로 전기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도 적용되어 흔히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중대한 단점이 있는데, 충돌 사고 등 강한 외부 충격을 받아 손상될 경우 순식간에 고온으로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폭주 현상이 시작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체를 침수시키지 않는 이상 불을 끄기가 매우 어려우며 물을 뿌렸다가 더욱 큰 폭발로 번지기도 한다.
까다로운 화재 진화
완성차 업계의 최선은?
그래서 각 지역 자치단체는 소방 시설에 이동식 침수조를 도입해 전기차 화재 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차량에 불이 붙었을 때 동원되는 방법으로 탑승자가 제때 탈출하지 않은 이상 인명피해를 막아줄 수는 없다. 결국 전기차 사고 시 배터리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완성차 업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아우디는 작년 10월 전기차 화재 예방 및 진압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다. 화재 예방 시스템은 모든 배터리 셀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특정 셀에 급격한 온도 변화가 감지되면 해당 셀의 전원만 차단한다. 화재 진압 시스템은 배터리팩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각 배터리 셀 사이에 마련된 통로로 분말형 소화제를 자동 분사한다. 만약 추가 진화가 필요하면 소방 호스를 차량에 연결해 더욱 수월하게 화재를 진화할 수도 있다.
폴스타는 충돌 시 배터리 팩을 보호하는 구성 요소를 최신 전기차 ‘폴스타 2’에 최초 적용했다. SPOC(Severe Partial Offset Collision) 블록은 충격으로 이탈하는 부품이 배터리 팩과 승객 공간을 피해 차 바깥쪽으로 흩어지도록 하며 FLLP(Front Lower Load Path)는 전방 충돌 시 외부 물체의 실내 유입을 막아 승객과 배터리 팩을 보호한다.
본질적 문제 개선 필요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대안
이러한 안전 설계는 분명 전기차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겠지만 모든 사고에 완벽히 대응한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운이 없으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언제든 존재한다는 뜻이 된다. 본질적인 위험 차단을 위해서는 배터리 자체의 안전성을 개선하는 수밖에 없는데 사실 그 해결책은 이미 존재한다. 바로 리튬 인산철 배터리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코발트, 니켈 등의 전이 금속 산화물 대신 리튬 인산철(LFP)을 사용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안정적인데 강한 외부 충격이나 화재에도 열폭주 현상이나 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열폭주로 이어지면 온도가 섭씨 1,000도 이상으로 치솟지만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400도까지만 과열될 뿐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상용화된 배터리 중 안전성이 가장 우수한 배터리로 꼽히기도 한다.
에너지 밀도가 유일한 단점
토레스 전기차에 적용된다
또한 가볍고 수명이 길며 저렴하기까지 해 테슬라 모델 3, 중국 BYD 전기차 및 전기 버스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낮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에서 밀린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BYD의 경우 기존 리튬 인산철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높인 ‘블레이드 배터리’를 개발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작년 10월 토요타와 BYD가 함께 개발한 중국 시장용 전기차 bZ3에도 적용되었으며 주행 가능 거리가 600km에 달한다.
그리고 쌍용차가 올 하반기 출시할 토레스 전기차(코드네임 U100)에도 BYD의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10월에는 토레스 전기차의 배터리 테스트 뮬이 포착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71.7kWh 용량의 BYD 리튬 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며 주행 가능 거리는 약 320km 내외로 점쳐진다. 경쟁 차종 대비 뒤처지는 수준이지만 우수한 배터리 안전성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의 ‘전고체 배터리’
2025년 큰 변화 생긴다
한편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 한창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과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모두 개선한 궁극의 배터리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일본에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활발한데 닛산과 혼다는 2030년, 토요타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토요타는 렉서스 LFA 후속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700km 이상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BMW는 SK온과 현대차, 포드 등 유수 대기업들의 투자를 받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 ‘솔리드파워’와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2024년 6월까지 2천만 달러(약 260억 원)를 지급해 솔리드파워의 전고체 배터리 설계 및 제조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2025년 전고체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차의 안전성과 효율 개선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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