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수소 전기 하이브리드차로 개발 중인 ‘엔(N) 비전 74’를 해외에 알릴 때 ‘세븐티포’가 아닌 한국어 발음대로 ‘칠사(chilsa)’로 부르기로 했다. 한류 문화가 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진 데다, 과거 내놨던 제품의 연장선이라는 전통을 내세울 만큼 현대 브랜드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판단한 셈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일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 행사에서 “‘현대 74’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할 때도 한국어 그대로 ‘칠사’라는 걸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대 74’는 현대차가 2015년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할 당시 선보였던 콘셉트카를 실제 구현한 모델이다. 실제 양산을 염두에 둔 모델로 지난해 7월 N비전 74라는 이름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회사 측은 현재 개발중이거나 끝낸 전동화 기술을 차량에 적용한다는 점에 착안, 롤링랩(움직이는 연구소)이라고 칭한다. 추후 양산될 예정이다.
장 사장은 “N 비전 74는 헤리티지(유산) 활동의 일환으로 과거를 통해 영감을 얻어 미래에 대한 도전과 변화를 어떻게 도모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현대 74는 콘셉트 레벨이 아니라 어떻게 고객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74는 수소를 연료로 만든 전기를 주된 동력원으로 하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가 수년째 전동화 기술을 가다듬으면서 모터를 쓰는 고성능 차량을 여럿 내놨거나 개발중인데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고성능 모델은 아직 없다. 수소차를 양산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현대차나 도요타, 혼다 등 아직 극히 일부뿐이다.
74는 국산 첫 스포츠카가 될 뻔했던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해외 전시회에 처음 공개했던 1974년에서 따왔다. 포니는 국산 첫 독자생산 모델로 이듬해 출시됐으나 포니 쿠페는 콘셉트카만 만들고 실제 양산하진 않았다. 포니를 디자인했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지난해 11월 한국에 들러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복원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차명, 특히 숫자 이름을 한국어로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나왔던 대형세단 EQ900의 경우 ‘이큐 나인헌드레드’, 고가 브랜드 제네시스의 G90 역시 ‘지 나인티’ 식으로 불렀다. 계열사 기아 역시 케이 쓰리(K3), 이브이식스(EV6) 등으로 이름을 붙였다.
생산·판매량으로 전 세계 세 번째 메이커로 오르는 등 글로벌 위상이 남달라졌다고 판단하면서 브랜드명과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K팝이나 한국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긍정적인 인식을 받는 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독려대로 “전동화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라는 기치 아래 주요 선진시장에서 전기차 기술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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