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BMW가 7세대 7시리즈를 공개했다. 오늘은 그중에서 전기 동력 모델 i7을 살펴보기로 한다. i7의 내/외장 디자인은 BMW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디지털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미 2023년형으로 공개된 7세대 7시리즈(G70)의 차체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391, 1950, 1544mm이고 휠베이스는 3215mm이다. 장축 모델 없이 하나의 차체만 나온다고 한다.
새로운 7세대 7시리즈는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 모델이 함께 발표됐지만 전반적으로 디지털 감성이 주류를 이룬 느낌이다. 특히 7세대의 차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코 8각형의 형태로 구성된 앞 키드니 그릴 모습이다.
작년부터 마치 전주곡처럼 선보이기 시작했던 각지고 대형화 된 키드니 그릴 본연의 모습인 셈이다. 사실상 대형화 된 키드니 그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 그릴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디자인은 아니다.
사실상 BMW가 승용차를 만들기 시작해서 비로소 6기통 고성능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한 1933년 303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 형태를 거의 그대로 계승한 디자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야말로 족보가 있는 근본 있는 디자인인 셈이다. 그래서 새로운 대형 키드니 그릴과 클래식 모델의 그릴을 비교해 보면 엠블럼의 부착 위치까지도 두개의 키드니 그릴 사이의 약간 내려온 위치까지도 거의 비슷하게 맞추었다.
그렇지만 새 그릴은 각진 형태로 인해 디지털적인 인상을 준다. 그야말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조형, 요즘 유행하는 말로 디지털 폼 팩터(digital form factor)로 바뀐 것이다.
한편 디지털 폼 팩터의 앞모습은 전기 동력 모델 i7과 엔진을 탑재한 7시리즈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기 동력 i7 모델은 주로 수평 기조의 조형이 강조돼서 어딘가 전자제품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한다.
반면에 하이브리드 모델의 앞모습은 기본적인 구성은 같지만, 키드니 그릴 아래쪽으로 투톤 색상이 구분되면서 만들어진 사선 이미지로 역동적 인상이다. 좀 더 엔진 동력 차량의 느낌을 준다.
뒷모습에서는 수평 비례의 테일 램프 디자인과 트렁크 리드 중앙의 커다란 BMW 배지가 역시 디지털 감각을 보여준다. 뒷모습에서 범퍼와 차체가 만나는 부분에 샤프한 모서리로 구분해서 수평적인 면 분할을 더 강조해준다. 뒷모습이 미래지향적이라는 분위기를 낸다.
변화된 감각은 실내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전기 동력 SUV 모델 iX와 거의 비슷한 감각의 완전한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운전석 클러스터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 아래에는 마치 크리스털 감각으로 입체 형상 투명 트림이 우드 트림을 대신하고 있고, 조명 효과까지 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i7의 실내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뒷좌석 천정에 달린 와이드 스크린일 것이다. 이 스크린 하나로 실내 분위기는 완전히 압도되는 인상이다. 게다가 앞좌석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디자인이 마치 스포츠카와 같은 이미지로 브랜드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각 도어 트림의 암레스트에는 마치 개별 스마트폰처럼 터치 디스플레이 패널로 인터페이스가 적용돼 있다. 그리고 뒷좌석에서도 거의 모든 기능의 조절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야말로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의한 혁신일 것이다.
새로이 공개된 2023년형 i7은 사실상 모든 것을 갈아 엎는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과 상하로 분리된 헤드램프, 주간주행등의 전면 디지털 폼 팩터가 주는 임팩트는 그야말로 확연하다.
사실상 그동안 벤츠와 대비되어 온 BMW의 멋은 은근함을 통해 드러나는 지성미였다면, i7의 디자인은 그러한 은근함 대신 대담한 디지털 폼팩터에 의한 전위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 같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자동차 디자인에는 정해진 하나의 답이 없다. 그 대신 정도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고, 그러한 차이를 만들어 나가면서 얼마나 호응을 얻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관점에서 BMW i7이 추구하는 디자인은 대담한 전위적 기술과 감성일지 모른다. 그것이 BMW가 새로운 i7으로 벤츠의 S클래스와 맞서기 위한 방향인지 모른다.
글·구상 교수, 자동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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