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대명사는 볼보?
벤츠도 만만치 않아
‘프리 세이프’ 살펴보니
자동차 업계에서 안전의 대명사를 꼽자면 십중팔구는 볼보를 떠올릴 것이다. 충돌 테스트를 위한 연구소를 자체 설립해 운영하며 여기에 매년 144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할 정도로 안전에 진심이니 그럴 만하다. 실제로 탑승자의 생명이 우려될 정도로 큰 사고에 휘말린 볼보 차량에서 운전자가 멀쩡히 걸어 나온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볼보 못지않다.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자동차 제조사이자 현재도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벤츠는 오랜 세월에서 우러나온 안전 기술력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벤츠의 사고 예방 안전 기술인 프리-세이프(Pre-Safe)가 도입된 지 20주년을 맞아 그간 벤츠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충돌 직전 징후 활용
0.2초가 운명 가른다
프리 세이프는 차량 내 능동적 안전 시스템을 통해 사고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해당 정보를 수동적 안전 시스템에 즉각적으로 공유해 연동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충돌 사고가 발생하기 전 약 0.2초의 시간 동안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 찰나의 순간을 활용해 탑승자의 운명을 바꾼다는 게 특징이다.
요즘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장착이 의무화된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와 ESP(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모두 벤츠가 개발했다. 과거 볼보가 3점식 안전벨트를 발명하고 “생명을 위한 기술로 돈벌이할 생각은 없다”는 쿨한 멘트와 함께 전 세계에 기술을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로 벤츠도 ABS와 ESP를 널리 퍼지게 했다. 이 두 가지 안전 사양은 프리 세이프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숭고한 개발 동기
2002년 상용화
프리 세이프가 도입된 시기는 2002년이지만 벤츠는 이보다 훨씬 앞선 1990년대 초부터 프리 세이프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벤츠의 엔지니어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충돌 사고의 징후가 충돌 직전에 나타나지만 에어백 등 탑승자 보호 시스템은 충돌 이후에 작동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충돌 직전 징후를 포착해 신속한 안전 조치에 활용한다면 귀중한 생명을 더 많이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 착안해 프리 세이프 개발에 돌입했다.
앞서 언급한 ESP는 1995년 출시된 벤츠 S600 쿠페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이후 벤츠는 1990년대 말까지 전 차종에 ESP와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그리고 2002년, 4세대(W220) S 클래스에 프리 세이프가 최초로 적용되었다.
전기 시스템과 모두 연동
단거리 레이더도 활용한다
초기 프리 세이프의 작동 방식은 현재 기준으로도 놀랍다. 브레이크 어시스트와 ESP를 활용해 급제동, 급격한 오버스티어 및 언더스티어, 스티어링 조작 등의 사고 위험을 감지하고 0.001초 이내에 관련 정보를 전자 제어 장치에 전송한다. 이후 탑승자의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창문과 선루프를 자동으로 닫고, 에어백이 최적의 보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로 시트 포지션을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플러스 및 디스트로닉 플러스가 적용되는 모델의 경우 단거리 레이더가 제공하는 정보 또한 프리 세이프에 활용된다. 앞 범퍼에 탑재된 센서가 충돌 직전 순간에 전자 제어 장치로 신호를 보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앞 좌석 안전벨트 장력을 최대한 당겨 충돌 시 탑승자들의 충격을 최소화한다. 또한 멀티컨투어 시트는 시트 쿠션과 좌석 등받이에 있는 에어 챔버를 작동해 탑승자를 감싸 상체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이는 1열 탑승객의 경추 손상을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추돌 사고에도 대응
청력까지 세심히 보호
2013년에는 한 단계 진보한 프리 세이프 플러스와 프리 세이프 임펄스가 6세대(W222) S 클래스에 최초 적용되었다. 프리 세이프 플러스는 후행 차량의 추돌이 예상될 경우 후방 위험 경고등을 빠르게 점멸해 후행 차량에 경고한다. 차가 멈췄을 경우에도 브레이크를 최대 압력으로 잡아 2차 사고의 위험에 대비한다. 프리 세이프 임펄스는 충돌 직후 안전벨트를 좌석 방향으로 당겼다가 여유 공간을 만들어 1열 탑승자의 충격을 일부 완화해준다.
2016년 출시된 5세대(W213) E 클래스에는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가 추가되었다. 이는 측면 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서 시트 사이드 볼스터의 공기주머니를 빠르게 부풀려 탑승자를 도어에서 일정 거리 이상 띄움으로써 신체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충격을 덜어준다. 프리 세이프 사운드는 탑승자의 청력까지 세심하게 보호한다. 충돌 감지 시 사운드 시스템으로 귓속 근육을 수축시키는 신호를 짧게 송출해 충돌 시 소음으로 인한 청력 손상을 줄여준다.
차체 순간적으로 높여
측면 충돌에도 안전 확보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는 현행(W223) S 클래스에 업그레이드 된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를 추가했다. 이는 E-액티브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과 연동되는데, 측면 충돌이 임박한 상황에서 차체 높이를 약 8cm까지 순간적으로 올려준다. 따라서 기존에 도어와 B 필러 등으로만 버텼을 충격을 차체 하부 측면의 단단한 구조물로 분산함과 동시에 차내 공간을 최대한 보존해 탑승자들의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네티즌들은 “볼보가 독보적인 줄만 알았는데 벤츠도 만만치 않았네”, “이건 볼보도 인정하겠다“,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애초에 저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 게 더 놀랍다”, “차고를 높이면 전복 위험도 커지지 않나?”, “청력까지 보호해준다니 차한테 설레긴 처음이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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