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가 한국에서 가지는 의미는 특별합니다. ‘성공한 사람이 타는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이 이미지는 1986년 출시 후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차가 됩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각광받고 있지만 그랜저가 항상 국내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런 그랜저가 7세대로 돌아왔습니다. ‘디 올 뉴 그랜저(The All New Grandeur)’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이번에 돌아온 그랜저는 ‘디 올 뉴’라는 ‘완전히 새로운 그랜저’라는 이름에 걸맞습니다. 특히 그랜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장엄함’ ‘위엄’이라는 뜻과도 매우 어울립니다. 전보다 더 크고 웅장합니다. 거기에 조금 과장을 섞어 말한다면 광활하다고 할 정도로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랜저를 운전하고 난 뒤에 감상평은 한 줄로 요약하면 ‘어느 상황과 장소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그랜저를 타고 경기도 하남부터 의정부까지 왕복으로 83㎞를 달렸습니다.
◆외관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옛 그랜저의 향수= 7세대 그랜저의 가장 큰 차별점은 크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6세대 대비 45㎜ 길어진 5035㎜의 전장을 비롯해 ‘휠베이스(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 거리)’와 ‘리어 오버행(뒷범퍼에서 뒷바퀴 중앙까지 거리)’을 각각 10㎜, 50㎜를 늘렸습니다. 이로 인해 넉넉한 공간성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외형 디자인도 완전히 변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세대보다 7세대가 더 멋지더라고요. 전면부의 경우 레저용차량(RV) 스타리아와 비슷합니다. 스타리아에서는 좀 과하지 않나 싶었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그랜저에는 제법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한 줄로 이어진 LED 램프 부분이 멋지더라고요. 현대자동차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LED 램프(Seamless Horizon Lamp)’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주간 주행등(DRL)과 포지셔닝 램프, 방향지시등 기능이 통합됐습니다.
또 역삼각형 도트를 적용한 파라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차를 웅장하게 해주는 요소였습니다. 과거 그랜저에서 차용한 부분도 있습니다. C필러에 달려있는 삼각 형태의 ‘오페라 글라스’에서 ‘각 그랜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광활한 내부…”뒷좌석에서 느끼는 편안함”= 내부는 정말로 넓습니다. 그중에서 뒷좌석은 정말 편합니다. 그래서 운전대 쪽보다는 뒷좌석을 먼저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뒷좌석 VIP패키지를 적용하면 흡사 회장님이 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뒷좌석이 얼마나 넓냐고요? 운전석을 앞으로 최대한 당긴 후 뒷좌석에 앉아봤는데 각도를 조절하지 않았을 때는 주먹이 3개 반 정도, 최대한 뒤로 눕혔을 때는 2개 반 정도가 남았습니다. 일반적으로 2개 정도면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매우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C필러 쪽 디자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참고로 제 키는 174㎝입니다) 머리가 살짝 닿을 듯했습니다.
전면에는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계기판)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했습니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은 익숙합니다. 요즘 현대차가 주요 차종에 적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다만 운전대와 변속기는 좀 다릅니다. 운전대는 원 포크 스타일로 1세대 그랜저와 비슷합니다. 가운데 4개의 LED가 있는데 이 밑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할 때마다 색상이 변하더라고요. 또 음성인식과도 연동이 된다고 합니다. 변속기의 경우 생각보다 편합니다. 운전대 바로 옆으로 이동했는데 이로 인해 콘솔부가 더 넓어졌습니다. 조작하기도 쉽더라고요.
계기판의 사용자환경(UI)의 경우 크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았습니다. 계기판 스타일은 클래식과 심플로 바꿀 수 있는데 둘 다 너무 심심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부분은 개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랜저의 경우 무선업데이트(OTA)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도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추후에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또 디스플레이는 중앙 하단에는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컨트롤러도 있습니다. 이 공조 컨트롤러도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먼저 화면이 직관적이라 아이콘마다 무엇을 말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행은요?…”운전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제가 이날 시승한 차량은 3.5ℓ 가솔린 엔진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를 적용한 모델입니다. 트림은 캘리그래피입니다. 여기에 옵션은 하이테크, 뒷좌석 VIP, 파노라마 선루프,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 대부분이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신차는 무조건 옳다’입니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적용되는 각종 주행 보조 시스템이 운전을 편하게 해주거든요. 그랜저에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2(FCA 2) ▲안전 하차 보조(SEA) ▲후측방 모니터(BVM) △고속도로 주행 보조 2(HDA 2) ▲전방·측방·후방 주차 거리 경고(PDW)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등 사용자에게 편안한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현대 스마트센스가 적용됐습니다.
주행 질감은 편합니다. 그랜저급의 차량은 운전을 즐기는 것이 아닌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든요. 거기에 딱 맞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시승했던 코스는 고속도로부터 시작해 노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커브길이 심한 곳 등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부드럽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시승차의 경우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f·m입니다. 그렇다 보니 가속에서도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가속 패달을 밟을 때 가볍게 치고 나간다는 것보다는 묵직하게 달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그랜저의 경우 가격이 높아지면서 소비자에게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가솔린 모델의 경우 기존 대비 118만~368만원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7세대 그랜저는 운전이나 디자인 및 실내 공간 등 여러 부분에서 구매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량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그랜저는 그랜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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