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전환에 불가피한 인원 감축
노사관계 제도 개선 필요성 대두
국내 완성차업계의 해결 방안은?
지난 7일,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개최한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는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근로 시간 유연화 등 노사관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기·수소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 대비 63~80% 수준이며, 필요 근로자 수도 내연기관차 대비 37.9% 수준”이라며 급격한 고용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노조의 직장점거 금지 등의 대책이 논의되었고, 이태왕 일본 아이치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정치 투쟁 중심의 노동운동은 현장 유연성을 막는 장애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과정에서 과감한 인원 감축을 단행하고 있는데, 강성 성격이 짙은 우리 자동차 업계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기차 전환에 박차
대규모 구조조정 돌입
영국 캠브리지 이코노메트릭스의 연구에 따르면 순수전기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고용 인력은 내연기관차의 1/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망됐다. 내연기관차 생산 과정에서 파워트레인과 배기계 등 부품 조립 파트에 가장 많은 종사자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기차는 배터리로 가동되기 때문에 해당 과정이 누락되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로 2019년부터 폭스바겐, GM,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대규모 인원 감축 계획을 앞다퉈 내놓았고, 포드는 지난 9월 3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포드의 경우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인력 개편을 유보했는데, 폭스바겐은 3월에 생산직 근로자 5천 명을 해고한 바 있다.
현대차도 인원 감축 현실화
노조 입김에 논의도 못했다
현대차 노사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기차 생산 비중이 15%에 도달하면 현대 1,629명, 기아 1,298명의 인원 감축 발생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해당 시나리오에 따른 감축 규모는 공장 2~3개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전기차의 본격적인 생산에 대비하는 게 노조의 시급한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노조 측은 단체교섭 요구안에 정규직 충원을 포함시켰다. 이 외에도 정년 연장, 생산 물량 확보 등을 요구하며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였다. 다행히 파업 이전에 무분규로 타결에 이르렀지만, 이 때문에 전동화 대비 인력 감축 논의는 진행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상처를 더 키우는 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IRA로 북미 생산 증대 예정
자연 감소분으로는 어림도 없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북미 현지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IRA 시행 4개월 동안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 판매량은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4년 말부터 현지 생산에 돌입할 예정인데, 그만큼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은 줄어들 게 뻔하다.
더불어, 현지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는 2025년에는 국내 공장 역시 전기차 생산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급격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노조는 2025년까지 약 19,000명에 이르는 정년퇴직을 통해 인원 감축을 상쇄하겠다는 방침인데,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진행했던 이력을 고려하면 잡음이 생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드러난 갈등의 서막
고용안정에 집착하는 노조
기아는 이미 전기차 전환 국면에서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다. 기아는 지난 2월, 경기도 화성 전기차 전용 신공장 계획을 확정하고 사전공사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공장 규모가 작다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약 9개월간 협의만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사측은 “노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우려의 말을 전했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답변이 부족하다”라며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오토랜드 광명2공장의 전기차 전용 공장 전환 계획도 교착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광명2공장에서는 수출용 프라이드와 스토닉을 생산 중인데, 설비 공사를 위해 해당 물량을 위탁 생산하려 하자 노조는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차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의 노란봉투법 중단 촉구
대화를 통한 대책 마련 시급
지난 7일, 자동차산업연합회는 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KAIA는 “개정안이 입법되면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노사관계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며 “미래차 시대 전환기에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파업과 점거가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노조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같은 접근법은 불법파업을 전제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노사 분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데, 서로 격앙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테이블을 깔고 의사를 주고받는 것이 갈등을 줄여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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