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 그란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 내 NTT도코모 전시 부스. 의자에 착석하자, 관계자가 양손에 동그란 기기를 한 개씩 쥐여줬다. 이어 정면에 위치한 TV에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가 나왔는데, 로봇의 손 위에 작은 새가 날아들자 쥐고 있던 기기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로봇이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앉아있던 의자가 크게 떨렸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시각, 촉각 등 타인의 감각을 대신 느낄 수 있는 ‘필테크(Feel Tech)’ 기술을 개발했다. NTT도코모는 5G(5세대 이동통신)·6G(6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활용해 영상 속 인물이나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각을 지연 없이 곧바로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필테크는 감각적 경험이 중요한 의료, 예술 분야 등에서 폭넓게 사용될 전망이다.

MWC 2025에서는 신개념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들이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 잡았다. 다른 사람의 감각을 공유하는 6G 기반 센서, 가상으로 박물관을 돌아다닐 수 있는 확장현실(XR) 헤드셋 등 신기술이 소개됐다.
NTT도코모는 XR 안경을 활용해 타인과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NTT XR 리얼 서포트’라는 기술을 공개했다. 전선 수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고장 난 부위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에 있는 다른 직원이 같은 장면을 보면서 고장이 난 부위에 원을 그려 표시했다. NTT도코모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5G 기술을 활용해 속도 지연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산업 분야 뿐 아니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폭넓게 적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HTC는 XR 헤드셋을 쓴 채 가상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을 공개했다. HTC 부스 방문객들은 XR 헤드셋을 착용한 채 가상으로 구성된 중세 시대 건물을 살펴보고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방문객들의 탄성이 나왔고 하늘을 올려다본 뒤 구조물을 상세히 살폈다. HTC 관계자는 “이 기술을 통해 박물관 등 넓은 시설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동선을 파악해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 아너는 AI를 활용한 디지털 악기를 공개했다. 아너 부스를 찾은 방문객이 막대기 2개를 집어 들고 허공에 휘두르자, 정면에 위치한 스피커에서 드럼 소리가 들렸다. 방문객이 막대기를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AI가 부분마다 소리가 다른 드럼 세트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해 적합한 소리를 구현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기타 모양의 기기를 메고 있었다. 방문객이 손가락으로 지판을 누르고 연주하는 시늉만 냈는데 완성된 곡이 들려왔다. 아너 관계자는 “AI가 가상으로 구성된 드럼 세트의 위치를 인식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음계에 맞는 기타 곡을 스스로 구현할 수 있다”며 “악기를 실내에서 연주하기 어려운 이용자에게 적합한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IBM은 AI 기반 탁구 경기 분석 기술을 선보였다. AI가 탁구채를 쥐고 있는 이용자의 실력과 경기 내용을 분석해 주는 기술이다. 마주 보고 선 두 방문객이 경기를 시작하자, 화면에서 탁구대에 공이 닿는 위치와 공의 이동 궤적을 즉시 표시해줬다. 왼편의 방문객이 강한 스매싱으로 득점하자, 화면에 있는 점수판에 숫자가 변했다. 경기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빅터’의 팔이 시속 8.4마일의 속도로 공을 회전시켰다. 거스가 추격에 나섰지만 시속 5.5마일의 스윙 속도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IBM은 이 기술을 US 오픈 등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 공급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 관계자는 “MWC 2025에 기존 웨어러블 기기의 한계를 넘는 다양한 제품이 공개됐다”며 “폭넓은 활용도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나흘 간 진행된 MWC 2025에는 전 세계 200여개국 2400개 기업이 참가했다. 누적 방문객 수는 10만9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주최 측은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8000명의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MWC 2025를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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